"이중섭 황소 그림은 자화상과 같다"

서울미술관 '이중섭은 죽었다' 전

황소,1953년경,종이에 에나멜과 유채,35.5 x 52cm(도판=서울미술관 제공)
이중섭의 대표작인 소 그림은 그의 자화상과 다르지 않다. 소 그림은 그가 처한 상황에 따라 내면 풍경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1953년 38세 때 그린 '황소'는 활력이 넘치는 붓 터치와 과감한 묘사, 그리고 황소의 기운을 순간적으로 잘 포착한 작품이다. 가족과 함께 희망적이 미래로 나아가겠다는 그의 강인한 의지가 돋보인다.


피 묻은 소,1955, 종이에 유채, 27.5 x 43cm (도판=서울미술관 제공)
반면 건강이 극도로 악화된 1955년 40세 때 그린 소 그림 두 편은 기존의 소 그림과는 다르다. 치열하고 광기가 가득하다. '피묻은 소'에서 보이는 혈흔이나 '싸우는 소'에서 보이는 격렬한 에너지는 그의 다른 소 그림과는 확연히 다르다. 이 시기 이중섭의 절망에 가까운 심리가 잘 반영된 작품이라 볼 수 있다. 이 시기는 대구 전시 결과가 좋지 않아 낙담과 좌절로 자학하기 시작해 신경정신과 병원을 전전하던 때였다.

화가 이중섭은 1916년에 태어나 40년 짧은 생을 살았다. 이중섭 탄생 100주년을 맞아 화가 이중섭의 작품활동을 시기별, 공간별로 재구성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서울미술관이 기획한 '이중섭은 죽었다' 전은 이중섭의 삶과 작품세계를 생생하게 느껴볼 수 있다.

전시장 전경 중 5번째 공간 '대구, 경복 여관 2층 9호실' <자화상>과 <환희>가 걸려 있다. <자화상>은 지인들에게 그의 정신이 이상하게 되었다는 우려를 잠재우고자 그린 작품이다.
'이중섭은 죽었다' 전은 신화가 되어버린 이중섭의 일생에서 거품을 걷어내고, 가족을 무척 아끼고 한 여자를 지극히 사랑했던 이중섭의 삶을 조명했다.

이중섭이 가장 열심히 창작에 몰두했던 통영 시절, 그리고 쓸쓸하게 개인전을 준비했던 서울 마포구 신수동 시절 등 그가 자리했던 공간특성을 바탕으로 그의 인생길을 되짚어 가며 그의 발자취를 재현한다. 모두 11개 주제로 전시공간을 구성했다.

안진우 팀장은 "이중섭의 황소 연작들이 민족정기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고, 그의 내면을 담은 자화상일 수도 있는 것이다. 또 그가 정신병으로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인은 간장염 때문이었다. 이처럼 부풀려지고 왜곡된 인간 이중섭의 삶을 있는 그대로 새롭게 살펴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6번째 주제 '명동, 미도파 화랑'은 1955년 미도파 화랑에서 열린 이중섭 개인전을 소개한다. 이 전시는 성공적이었다. 이중섭 작품전 안내장을 김환기 작가가 제작했다. 당시 안내장에 적힌 내용이다.

"중섭형의 그림을 보면 예술이라는 것은 타고난 것이 없이는 하기 힘들다는 것이 절실히 느껴진다. 중섭형은 참용한 것을 가지고 있다. 어떻게 그러한 것을 생각해내고 또 그렇게 용한 표현을 하는지 그런 것이 정말 개성이요 민족 예술인 것 같다.중섭형은 내가 가장 존경하는 예술가의 한사람이다."

화가 이중섭은 1916년 평안남도에서 태어나 1956년 서대문 적십자 병원에서 간장염으로 타계했다. 20대에 일본 도쿄문화학원 유학시절을 보냈고 문화학원에서 만난 일본 여자 야마모토 마사코와 사귀다가 1945년 30살에 결혼한다. 광복을 맞아 부인과 함께 귀국한 뒤 원산미술연구소를 운영하다 6.25 전쟁이 나자 부산 피난 생활에 이어 제주도로 갔다가 다시 부산으로 돌아온다. 1952년 그가 37세 때 두 아이와 아내가 일본으로 돌아간다. 38세 때 통영으로 이주, 39세 때 서울로 이주, 40세 개인전 두차례 개최, 1951년 41세 때 별세했다.

환희,1955, 종이에 에나멜과 유채, 27 x 39cm(도판= 서울미술관 제공)
11번째 주제 '서울, 서울미술관'에는 이중섭의 부인인 야마모토 마사코와의 이어지는 인연이 소개된다. 마사코(96)는 2014년 9월 서울 미술관을 찾았다. 다큐멘터리 영화 '두 개의 조국, 하나의 사랑' 촬영으로 서울미술관을 찾은 마사코는 이중섭의 대표작인 '황소'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고, '환희'를 보며 "부군께서 일본으로 간 아내를 그리워하며 수닭과 암탉의 모습을 그린 그림이라 해 소장하게 됐다"는 서울미술관 안병광 설립자의 설명에 하염없이 눈물을 떨구기도 했다.

전시 기간: 5월 29일까지
전시 장소: 서울미술관 제2전시실
전시 작품: 총 18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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