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의원은 이날 오후 대구 대명동 모친의 집을 방문한 뒤 자택으로 향했다. 그는 탈당과 무소속 출마 여부를 묻는 취재진에게 "오늘 중으로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이날까지도 자신에 대한 공천 여부를 결정하지 않음에 따라 이날 중으로 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24일 총선 후보자 등록이 시작되면 당적 이탈이나 변경해 출마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유 의원이 무소속 출마를 하려면 23일 자정까지 탈당계를 제출해야 한다.
유 의원은 지난 16일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의 3.15 공천학살로 측근들이 줄줄이 컷오프(공천 배제)되자 모습을 감추고 칩거에 들어갔다.
유 의원은 지난해 6월 국회법 개정 파동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낙인이 찍히면서 원내대표직에 쫓겨난 데 이어 20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는 친박계로부터 물갈이 1호 표적이 되는 등 가시밭길을 걸어왔다.
한 친박 실세는 지난 1월말 "유승민과 이종훈, 000은 반드시 죽인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취임 부터 대규모 현역 물갈이 방침을 밝히더니 '당 정체성'이라는 모호한 기준을 들이대며 유 의원에게 칼을 겨눴다. 그리고 3.15 학살로 유승민계 숙청을 완수했지만 정작 유 의원은 결정을 유보하며 자진 탈당을 압박하는 고사(枯死) 작전을 펴왔다.
유 의원에게 "헌법 1조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려다"(원내대표직 사퇴 회견문) 권력의 박해로 희생된 순교자 이미지를 부여하지 않으려는 정치적 계산으로 풀이된다.
비박계는 물론 친박계 내부에서조차 "너무 지나치다"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이한구 위원장은 철저히 무시했다. 지도부에서 수적 우위를 점한 친박계는 '유승민 폭탄' 돌리기로 완벽하게 호응했다.
상향식 공천에 정치생명을 걸었다던 김무성 대표는 자신과 측근들만 살린 것 외에는 무력하게 끌려가기만 했다.
이날 오전 당 지도부는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유 의원 문제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김 대표 등 비박계는 유 의원에게 공천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친박계 최고위원들은 표결하자고 맞섰다.
유 의원의 '강요된 탈당'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유 의원이 무소속 출마할 경우 그를 구심점으로 친유·비박 무소속 연대가 결성될 가능성이 커진다. 20대 총선 '태풍의 눈의 출현이 가시권에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