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 제트방출 원리 규명할 관측 성공"

KVN(한국우주전파관측망)만을 이용한 경우 영상의 선명도가 떨어지며, VERA(일본측)만을 이용한 경우 감도가 나쁘기 때문에 천체의 중심 부분만 검출할 수 있다. KaVA(한일공동 관측망)를 이용한 경우에는 높은 해상도와 감도로 멀리 뻗어나가는 제트의 어두운 부분까지 선명히 관측할 수 있다. (사진=한국천문연구원 제공)

블랙홀에서 외부로 에너지가 분출되는 '제트'가 그동안 알려진 것과는 달리, 블랙홀에 가까운 지점에서 이미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분출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천문연구원은 전파천문연구본부 손봉원 박사팀이 일본 국립천문대와 공동 연구를 통해 블랙홀 중심에서 5광년 떨어진 거리에서 플라즈마가 광속의 80%에 가까운 속도로 분출되는 현상을 관측했다고 23일 밝혔다.

'제트' 현상은 블랙홀에서 전자가 떨어져나간 가스인 플라스마의 좁은 길목을 통해 에너지가 분출되는 현상을 말하는 것으로 빛의 속도에 가까운 속도로 수천~수만 광년 이상 뻗어 나간다.

KaVA(The KVN and VERA Array) 한일공동 VLBI 관측망. 사진 아래는 KaVA의 망원경 배치도로 한국의 연세, 울산, 제주와 일본의 미즈사와, 이리키, 오가사와라, 이시가키에 위치한 전파망원경 (사진=한국천문연구원 제공)

기존 관측은 블랙홀에 가까운 지역의 제트 현상을 정밀히 관측하지 못해 중심부에서 5광년 정도 떨어진 곳의 제트 속도가 광속의 10∼30%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었다.

국제 공동 연구팀은 지구에서 5440만 광년 떨어진 처녀자리 은하단 중심의 거대 전파은하인 M87은하의 초거대 블랙홀을 우리나라와 일본에 설치된 7기의 전파망원경을 이용해 6개월여 동안 집중 관측했다.

그 결과, 블랙홀 중심에서 제트가 5광년 거리에서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분출되는 모습을 포착했다. 이는 제트가 이미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되어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해주는 것이다.

한국천문연구원 손봉원 박사는 "이번 관측 결과는 블랙홀 제트가 어떤 원리로 분출되는지 밝히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자세히 비교해 블랙홀 분출의 형성 과정 규명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