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냄새' 여혐 발언 윤성현 사과에 정작 여성은 없다

가수 오지은, 사과 아닌 두둔 지적…"'깜둥이 치곤 머리 좋네'와 다르지 않아"

(사진=가수 오지은 SNS 캡처)
"음악에서 자궁 냄새가 나면 듣기 싫어진다"는 여성 혐오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밴드 쏜애플의 멤버 윤성현에 대해, 가수 오지은이 여성으로서 고통스럽고 불편한 심경을 내비치며 일침을 가했다.

오지은은 23일 새벽 자신의 SNS를 통해 "얼마전 혐오 발언의 대상이 되었어요. 여기 적고 싶지도 않지만… 그 단어는 '자궁냄새'였지요. 다시 적어도 쇼킹하네요. 술자리 발언이었다고 해도 공개적인 곳에 올라왔고 저는 그 글에 등장한 유일한 여성 뮤지션이었습니다"라고 운을 뗐다.

앞서 지난 18일 윤성현의 지인이 과거 자신의 SNS에 올린 윤성현과 나눈 대화 내용이 논란을 낳았다. "지금부터 올린 글은 나와 성현이가 술 먹고 자주 하는 얘기로 여성주의자(페미니스트)분들은 가급적 보지 마라. 성현이와는 음악 얘기와 여자 얘기를 주로 한다. 평소에 술 먹고 '여자가 대통령인 나라에서 떠나고 싶다' '음악에서 자궁 냄새가 나면 듣기 싫어진다'고 마초스런 발언을 하던 녀석"이라는 내용이었다.

지인의 글이 큰 물의를 빚자 윤성현은 당일 "자궁 냄새라는 표현, 분명히 말했다. 하지만 여기서 '자궁'이라는 표현은 어떤 비하나 혐오가 아니었다"라고 해명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누리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급기야 쏜애플의 소속사 해피로봇 레코드 측이 22일 긴 사과문을 냈는데도 "사과가 아니라 두둔하는 것"이라는 비판에 휘말렸다.


오지은은 "누군가는 제 음악이 별로라고 했고(괜찮아요, 취향이니까), 모 뮤지션은 평소에는 자궁냄새 나는 음악은 듣지 않는다고 했으나 제 음악은 괜찮다고 했다는, 대충 그런 내용이었습니다"라며 윤성현과 지인이 나눈 것으로 알려진 대화 내용을 언급했다.

이어 "혐오 발언이라는 것은 '깜둥이 치곤 머리가 좋네' '황인종 치곤 운동 잘하네' 이런 것들이죠. 상대방이 '왜? 칭찬했잖아. 그런 뜻 아니야"라고 말하는 것이 전혀 논리가 성립하지 않는. 물론 사람은 모두 불완전하고 실수를 하고(특히나 술을 먹었을 때는 더욱) 그래서 우리는 사과라는 것을 해요. 기분 나쁘게 해서 미안해 내 생각이 짧았어. '내가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닌데 왜 그렇게 받아들여'라는 말이 얼머나 어리석은지는 굳이 제가 말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고"라며 자기 두둔에 머물고 있는 윤성현의 태도를 꼬집었다.

그는 "사실 다 제 개인사정이고 남 속 시끄럽게 하고 싶지 않아서 농담으로 승화하려고 노력했어요. 하지만 개인 사정이 아니라는 생각이 오늘 (소속사 측의) 새로운 사과문을 보니 드네요. 그는 아직도 제게 전화나, 문자 한 통 없고, 오랜 시간 나의 대표이기도 했던 분은 절 참 슬프게 만드는 사과문을 올리셨고(오지은은 2008년부터 2014년까지 해피로봇 레코드 소속이었다), 그 친구분은 사과문에서 그 뮤지션, 소속팀, 소속사, 그리고 팬들에게까지 사과를 했으면서 제 이름은 언급하지 않았어요. 안타깝게도"라며 자신이 전혀 사과를 받지 못한 사실을 알렸다.

"내 실수로 뜨거운 커피를 쏟아서 내가 화상을 입었는데, 어쩌다 옆 사람에게도 크게 튀었다면 내가 고통스러워도 일단 갑자기 커피를 맞은 옆사람에게 사과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나 저런 끔찍한 단어를 썼다면"이라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오지은은 이번 일이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약자인 여성을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시켜 버린 한국 사회 전반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는 "얼마 전 녹음을 하는데 노래하다가 문득 '아, 이런 노래를 가지고 누군가는 자궁냄새 난다고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혐오발언의 끔찍한 효과죠. 현재 음악씬을 지지해 주는 사람들은 여성들이 대부분이에요. 그렇다면 더욱 섬세한 자세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도 모자란 인간이라 남의 잘못을 말할 땐 항상 조심스러워지지만 이 일에는 책임감이 생기네요"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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