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경기가 시작되고 5시간 만에 토너먼트 전체 대진 결과를 예상한 유저의 94%가 최소 1경기 이상을 틀려 탈락했다. 2시간 후 99%가 탈락했고 첫 날 경기가 모두 끝났을 때에는 99.999%의 유저가 탈락했다 - 미국 야후스포츠
1300만 명의 유저가 토너먼트 대진 맞히기 게임에 참가했으나 토너먼트 둘째 날 마지막 경기가 끝나기도 전에 그 누구도 살아남지 못했다 - ESPN
'3월의 광란(March madness)'이 미쳤다.
미국 대학스포츠협회(NCAA) 남자농구 1부리그 68강 토너먼트는 미국 내에서 NFL 슈퍼보울 다음으로 인기가 높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주목받는 스포츠 이벤트다. 우승을 향해 달려가는 강호, 그들에게 고춧가루를 뿌리는 약자의 반란, 단판승부의 짜릿함이 더해져 '3월의 광란'이라고도 불린다.
NCAA 미국 대학농구 토너먼트는 지난 주 68개의 참가팀 중 4개 팀을 떨어뜨리고 64강 체제를 완성해 막을 올렸다.
토너먼트가 시작되면 미국 주요 스포츠 전문 사이트는 대진표 맞히기 게임을 실시한다. 유저가 1라운드부터 4강, 결승전, 우승팀까지 모든 대진의 결과를 예상해 맞히는 게임이다. 매체 별로 각각 상금을 건다.
농구광으로 알려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부임 첫 해인 2009년부터 매년 ESPN 생중계를 통해 자신의 예상 대진을 공개해왔다.
그런데 64강 토너먼트의 전 경기 승패를 맞힐 확률은 '920경 분의 1'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확률은 미국 시민 전원이 매년 참가한다고 가정할 때 400년 마다 1명 꼴로 우승자가 나올 확률과 비슷하고 골프 싱글라운드에서 4번이나 홀인원을 할 확률보다도 낮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세계적인 부자인 워렌 버핏은 2년 전, NCAA 토너먼트 전 경기의 승패를 맞히는 팬에게 10억 달러의 상금을 주겠다는 공약을 내걸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일시불 지급을 원할 경우 5억 달러를 주고 그게 아니라면 매년 2500만 달러씩 40년 동안 상금을 나눠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농구 팬 사이에서는 "10억 달러는 너무 적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그만큼 맞히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4년에 실시된 워렌 버핏의 게임은 수천명이 참가한 가운데 토너먼트 시작 3일 만에 전원 실패로 끝났다.
만약 워렌 버핏이 게임이 올해도 열렸다면 64강 토너먼트 개막 첫 날에 막을 내렸을지도 모른다.
그야말로 이변의 연속이었다.
지난 18일 1라운드 전체 32경기 중 16경기가 열렸다. 7개 팀이 '업셋(upset, 하위시드 팀이 상위시드 팀을 이기는 것)'을 달성했다. 지난해 토너먼트 1라운드 전체 32경기 중 '업셋'이 나온 경기 수는 5회였다.
그만큼 첫 날부터 화끈했다.
스포츠보다는 공부 잘하기로 훨씬 더 유명한 예일 대학(서부지구 12번시드)은 1962년 이후 처음으로 토너먼트에 참가해 베일러 대학(5번시드)을 꺾는 이변을 일으켰다. 예일 대학의 토너먼트 사상 첫 승리였다.
둘째 날은 더 했다.
중서부지구 15번 시드를 받은, 다시 말해 64개 팀 가운데 최약체로 손꼽힐만한 미들 테네시 대학이 미시건 주립대학(2번시드)을 꺾어 농구 팬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ESPN에 따르면 1300만명의 대진표 맞히기 게임 참가자 가운데 97.8%가 미시건 주립대학의 승리를 예상했다. 이 경기 하나 때문에 1271만명 정도가 탈락한 셈이다. 또 1300만명 중 61.8%는 미시건 주립대학의 4강 진출을 예상했고 22.3%가 그들의 우승을 예상했다. 이 경기는 NCAA 토너먼트 사상 최고의 이변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게다가 올해 토너먼트 둘째 날은 NCAA 사상 처음으로 13번, 14번, 15번 시드 팀이 나란히 승리를 거둔 날로 역사에 남았다.
1라운드 전체 32경기 중 '업셋'이 나온 경기는 총 13회로 이는 역대 최다 타이기록이다.
32강전부터는 강팀들의 전진이 펼쳐졌다. 캔자스 대학, 버지니아 대학,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오레건 대학 등 각 지구 1번 시드 팀들이 모두 16강에 올랐다. 또 1라운드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대부분의 팀들이 32강전 패배로 짐을 쌌다.
그렇다면 오바마 대통령의 올해 대진표 예상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오바마 대통령도 예일 대학이 승리한 순간 이미 100% 맞히기는 실패했다. 그래도 오바마 대통령이 16강 진출을 예상한 총 16개 팀 가운데 10개 팀이 살아남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캔자스 대학, 텍사스 A&M 대학,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미시건 주립대학의 4강 진출을 예상했다. 3개 팀은 살아남았지만 오바마 대통령 역시 미시건 주립대학의 충격적인 탈락을 예상하지는 못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부임 첫해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우승을 적중시켜 농구광의 자존심을 드높였으나 이후 6년째 우승 팀을 맞히지 못하고 있다. 물론, 우승팀을 맞히지 못한다고 해서 욕 먹을 일은 아니다. 그게 NCAA 토너먼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