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화논란 에루페 "어떡해야 태극마크 달까요"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에루페(청양군 체육회 선수), 오창석(백석대 스포츠과학부 교수)

지난 주말 열렸던 서울 국제마라톤대회. 세계 쟁쟁한 선수들이 다 모인 가운데 우승은 청양군 체육회 소속의 선수가 2시간 5분 13초라는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우면서 차지했습니다. 그런데 이 선수 소속은 청양군이지만 사실 케냐 사람입니다. 케냐 출신의 마라토너 에루페 선수가 그 주인공인데요.

이미 수년째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하면서 우승을 여러 차례 차지했기 때문에 육상계에서는 익숙한 인물입니다만 이 선수에게는 지금 풀지 못한 숙제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한국으로의 귀화 문제입니다. 육상계에서는 찬반이 엇갈리고 있고 게다가 말라리아 약을 과거에 복용했던 게 도핑에 걸린 전적도 있어서 걸림돌이 되고 있는데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 에루페 선수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죠. 불러보겠습니다. 에루페 선수 안녕하세요.

◆ 에루페> (한국말) 안녕하세요. 저는 에루페입니다. 한국 이름은 오주한입니다. 저는 컨디션이 좋습니다. 리우올림픽에서 우승하고 싶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대한민국 파이팅. 감사합니다.

◇ 김현정> 에루페 선수가 한국말을 생각보다 잘하기는 잘하는데요. (웃음) 이게 지금 외워서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조금 더 지켜보죠. 에루페 선수 한국 음식 뭐 좋아하는 것 있어요?

◆ 에루페> (한국말) 쌀밥, 불고기, 김치, 치킨.

◇ 김현정> 불고기, 김치, 치킨. 맨 앞에는 뭐라고 했죠, 지금?

◆ 에루페> (한국말) 쌀밥.

◇ 김현정> 쌀밥. (웃음) 그래요. 한국말을 잘하는 것 같은데 여기까지만 된답니다. 케냐어를 쓴다고 해요. 그래서 에루페 선수의 귀화를 돕고 있는 오창석 백석대 스포츠과학부 교수님의 도움을 받아서 인터뷰를 조금 더 진행해 보죠. 오 교수님 안녕하세요.

◆ 오창석>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지난 주말 우승을 했는데 에루페 선수가 손목에 태극무늬 팔찌를 차고 있는 게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이거는 어떻게 차게 된 건가요?

◆ 에루페> (스와힐리어) 한국을 좋아하기 때문에 한국 태극 문양을 아는 사람한테 맞춰서 제작했습니다.

◇ 김현정> 일부러 제작을 해서 팔에 찬 거다? 그래요. 귀화를 꼭 하고 싶은 건지. 지금 진짜 마음이 어떤 건지 모르겠어요 에루페 선수.

◆ 에루페> (스와힐리어) 한국 사람들이 워낙 정직하고 친절해서 한국을 좋아했고 그리고 제가 선수뿐만 아니고. 선수로서 끝내는 것이 아니고 한국에 남아서 한국 국가대표는 물론 한국 대표 코치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 김현정> 에루페 선수 제가 뭐 된다 안 된다 답은 못 하지만 그 진정성만큼은 느껴집니다. 오늘 인터뷰 감사하다고 전해 주시겠어요?

◆ 에루페> (한국말) 감사합니다.

◇ 김현정> 감사합니다. 이어서 에루페 선수를 후원하고 있는 또 귀화를 돕고 있는 오창석 교수님과 말씀을 좀 나눠보죠. 오 교수님 에루페 선수하고는 언제 처음 알게 되신 거예요?

◆ 오창석> 에루페 선수를 처음 알게 된 것이 2010년도입니다. 케냐에서 방학 때 여름방학 때 한 달, 겨울방학 때 한 달 지도하다가 4, 5년 만에 에루페 같은 스타를 제가 만나게 됐죠.

◇ 김현정> 거기서 에루페 선수를 발굴하신 거네요?

◆ 오창석>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래서 한국으로 데리고 왔습니다. 그랬는데 에루페 선수가 아니나 다를까 한 6번 우승했나요 벌써?

◆ 오창석> 네.

귀화를 추진하는, 케냐 출신 선수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 (사진=대한체육회 제공)
◇ 김현정> 그러면 도대체 왜 아직도 귀화가 안 되고 있는가. 이렇게 대기록을 세운 선수인데. 제가 좀 알아보니까 과거에 도핑테스트에 걸렸던 게 지금 문제가 되고 있다고요?

◆ 오창석> 그렇습니다. 에루페 선수가 아시다시피 말라리아에 걸려서 거기에 대한 처방전을 받은 건데요.


◇ 김현정> 그런데 에루페 선수는 그 치료제 안에 도핑테스트에 걸리는 약물이 있었다는 걸 몰랐다 그래요?

◆ 오창석> 그러니까 의사가 볼 때는 3개월 후에 시합이 있기 때문에 그것과는 무관하니까. 연습을 해야 되니까 그걸 치료했던 건데. 불시 도핑에 걸리리라는 생각을 못했죠 전혀.

◇ 김현정> 그랬던 거군요. 어떻게 보면 부주의함이 불러온 불상사네요. 주치의의 부주의함?

◆ 오창석> 그러니까 무지로 인한 불상사라고 볼 수 있죠.

◇ 김현정> 그것 때문에 그래서 보니까 세계반도핑기구로부터 2년 쉬라는 이런 벌을 받기도 했어요 처벌을?

◆ 오창석> 네. 그래서 많은 선수들이 보통 2년 징계 받고 재기한 경우는 마라톤 쪽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재기에 성공한 거네요 에루페 선수는. 또 하나는 혹시 에루페 선수가 귀화에 성공한다면 우리나라 선수, 우리나라 출신의 선수들이 다 뒤로 처지는 거 아니냐 이런 걱정도 하더라고요. 이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 오창석> 한국 선수가 2시간 10분 이내에 뛰는 선수가 없기 때문에 에루페 선수의 귀화를 통해서 예를 들어 케냐에 가서 같이 훈련을 한다면 잘하는 선수와 같이 했을 때 경기력이 향상된다고 봅니다.

◇ 김현정> 시너지가 날 수 있다는 얘기군요.

◆ 오창석> 네 그렇죠. 그런 의미에서 적극적인 추진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 김현정> 에루페 선수. 한국에서 이렇게 많이 떨어진 나라잖아요 케냐가. 좀 짠할 때도 있으시겠어요?

◆ 오창석> 그렇죠. 에루페 선수가 가족들하고 전화할 때. 전화할 때 그런 걸 느끼고요. 에루페 선수 같은 경우는 2년 동안 징계 받는 동안에 세계 톱 클래스의 5명의 에이전시들이 제의를 왔습니다. 보통 5만불 정도를 에루페한테 제의를 했는데 다 돌려보내고. 오로지 한국에 귀화만 꿈꾸고 그 2년 동안 지내왔고.

◇ 김현정> 에이전시들이 와서 그렇게 얘기했는데도 다 뿌리치고 나는 한국에 귀화해서 한국 대표선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버린 적이 없는 거군요?

◆ 오창석> 그렇습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우리 에루페 선수가 리우 올림픽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뛰려면 적어도 한 6월까지는 결론이 나야 되는 건가요?

◆ 오창석> 그렇습니다. 6월 말에서 7월 초까지 리우올림픽 엔트리가 마감이 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렇죠. 6월부터 우리 국가대표 선수들이 모여서 마라톤 연습을 한다 이렇게 알고 있는데 그때까지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 오창석> 감사합니다.

◇ 김현정> 케냐인이지만 청양군 소속의 에루페 선수. 리우올림픽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싶다는 꿈. 무엇이 걸림돌이 되고 있는 건지 이 선수를 어떻게 할 것인지. 오늘 한번 고민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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