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모의 메모 등 추가 증거를 확보했고, 의붓아버지의 진술 신빙성에 대한 수사 등을 벌이고 있지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 친모 메모 확보…수사 윤곽 잡혀
그동안 의붓아버지의 진술에만 의존했던 경찰이 사건의 실체에 다가갈 증거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청주청원경찰서는 22일 숨진 안 씨의 아내 한모(36·여)씨의 친필 메모와 부부의 신용카드 사용과 병원 진료 기록, 휴대폰과 PC 등을 확보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한씨가 남긴 일기 형식의 메모에는 암매장 사건이 발생하기 전 가족 간의 갈등 이유와 심경 등도 비교적 상세하게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경찰은 이 메모가 사건의 실체를 밝혀 줄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수사가 시작되자 지난 18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씨가 자신이 친딸을 죽게 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는 점 등에 주목하고 있다.
청주청원경찰서 곽재표 수사과장은 "한씨의 메모를 바탕으로 윤곽이 조금씩 잡혀가고 있는 중으로 이미 수사방향이 설정됐다"며 "한씨의 살해 혐의에 대해서 형사들이 각자 분야별로 보강 수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 계부 추가 혐의 적용은 '글쎄'
한씨의 메모 등의 추가 증거로 계부인 안모(38)씨의 추가 범행을 밝혀내는 일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사 초기 확보된 한씨의 메모에서도 아직까지 남편인 안씨가 범행과 연관된 직접적인 내용 등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메모를 토대로 안씨를 집중 추궁해 자백을 이끌어 낸다는 계획이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4년 전 일이어서 직접적인 증거를 확보하기 쉽지 않아 설령 일부 정황이 드러난다고 하더라도 이를 입증하기 어려워서다.
◇ 시신 없는 '사체유기' 혐의 적용에 주력?
안씨의 진술이 오락가락하면서 사건 해결에 결정적인 단서가 될 수 있는 시신수습이 쉽지 않게 된 것도 앞으로 경찰이 풀어야 할 숙제다.
경찰은 이날 안씨를 상대로 7시간 가량 거짓말 탐지기 조사와 대면심리 조사 등을 벌였다.
안씨의 진술을 토대로 지난 19일과 21일 두 차례에 걸쳐 대대적인 수색작업을 벌였지만 시신을 찾지 못한 데다 일부 진술에서 석연치 않은 점 등도 발견됐기 때문이다.
친모와 딸이 이미 숨져 상당 부분 안씨의 진술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진술의 신빙성 여부는 수색 재개 여부 등을 결정할 중요한 근거가 될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결국 경찰은 시신 수습이 어렵게 되더라도 사체 유기 혐의를 입증할 정황 증거 확보를 위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모양새다.
경찰은 안씨를 상대로 다각적인 수사를 벌인 뒤 빠르면 이번주 안에 사건을 마무리해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거짓말 탐지기 조사 결과 등을 바탕으로 수색 재개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만에 하나 사체를 못 찾을 걸 대비해서 전 형사들이 각자 분야별로 보강 수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