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의 분노 삭이기 위해 더민주 당력 총동원

문재인 급상경해 설득...비대위원들도 저녁에 자택 찾을 예정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를 마친 후 본청을 나서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의 사퇴설로 더민주는 22일 하루종일 '롤러코스터'의 연속이었다.

김 대표 사퇴설은 전날 저녁 비례대표 순번 조정을 위한 중앙위원회가 열리기 전부터 시작돼 22일 내내 더민주를 덮쳐 극도의 혼란으로 몰고 갔다.

문재인 전 대표가 경남에서 급거 상경해 설득에 나서고, 김 대표가 오후 비대위 회의에 참석하면서 봉합되는 듯 했지만, 회의를 마친 김 대표는 "시간을 갖고 고민해보겠다"며 여전히 사퇴 여지를 남긴 채 다시 칩거에 들어갔다.

◇ "셀프공천 老慾"에 분노한 김종인…급거 상경한 문재인


더민주 중앙위는 전날 저녁부터 회의를 열어 우여곡절끝에 이날 새벽 김종인 대표를 비례대표 순번 2번에 사실상 배치하고 전략공천 몫을 4명으로 하는 안을 의결했다.

김 대표는 중앙위에 참석하지 않는 등 당무거부를 이어가다 귀가했다. 취재진이 자택을 찾아 중앙위 안을 수용하는 것인지 타진하려 했지만 김 대표는 집 밖으로 한발짝도 나오지 않았다.

22일도 아침부터 김 대표의 집 앞에 취재진이 진을 쳤다. 김성수 대변인이 오전 7시 30분쯤 김 대표 자택을 직접 찾아 전날 중앙위 결과를 김 대표에게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김 대표 자택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상황에 대해 대표가 충분히 이해했다"면서도 중앙위 의결 사항에 대해 대표가 어떤 입장을 내비쳤는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날 오전 11시 비대위가 예정돼 있었지만 오후 3시로 미뤄지고 김 대표 측근으로부터 대표직 사퇴설이 흘러나오면서, 분위기는 뒤숭숭해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김 대표를 영입한 문재인 전 대표가 김 대표 설득을 위해 경남에서 급하게 서울로 올라왔다.

김 대표와 약 50분 가량 김 대표와 이야기를 나눈 뒤 기자들과 만난 문 대표는 "(사퇴에 대한) 마지막 결정을 어떻게 하실지 저도 잘 모르겠다. 좋은 결정을 하시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했다.

또 "개인적으로 아무 욕심없이 오로지 우리 당을 살리는 일만 해왔는데 이것이 마치 노욕인 것처럼 모욕당한다면 내가 이 당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셨던 것 같다. 이런 마음을 풀기 위해 노력했다"고도 설명했다.

◇ 오후 비대위 회의 참석, 당무복귀하는가 싶었는데…

김 대표는 비대위가 열리기로 한 오후 3시쯤에야 집을 나섰다. 그는 "종합적으로 발표할테니 지금 나에게 답을 들으려 하지 말라. (비대위에 참석해) 그동안의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내 소회를 다 이야기한 뒤 회의를 마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 스스로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산 사람인데 그런 식으로 나를 욕보이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또다시 분노를 드러냈다.

비대위에 참석한 김 대표는 약 1시간 넘게 회의를 한 뒤 밖에서 기다리던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언짢은 표정으로 그대로 국회를 떠나 자택으로 향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비례대표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2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회의에 참석한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회의를 마치고 취재진에 둘러싸여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김 대표는 이날 비대위에 참석해 비대위원들에게 서운한 감정을 털어놓으며 "(거취 문제에 대해) 좀 더 고민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고 말했다고 김성수 대변인은 전했다. 비대위원들은 김 대표에게 "대표를 잘 모시지 못해 송구하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변인은 비대위가 끝난 뒤 곧바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김종인 대표가 지금까지 사퇴 의사를 밝힌 사실이 없다"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이 어제 순위투표를 한 것과 분야별 당선안정권에 넣어야 할 비율을 정한 것 등 정했는데 이를 비대위원들에게 일임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가 자신의 거취 문제와 관련해 마음을 결정하지 못한 채 일단 권한을 비대위에 모두 일임한 것이다.

◇ "비례 2번 비워두라" 사퇴의사 또 간접 피력

김 대표는 비대위가 끝난 뒤에도 자택 앞에서 기다리던 기자들에게 언짢은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기자들의 질문에 "(비례대표 명단을) 확정은 무슨 확정을 해줬느냐", "나를 포함을 안 시켰는데 뭘 포함을 했나"라며 되받았다.

김 대표는 비대위에서 자신에게 배정된 비례대표 순번 2번을 "비워두라"고 해서 사퇴의사를 간접 피력한 것으로 분석됐다.

비대위원들은 김 대표의 분노가 누그러지지 않자 이날 저녁 비례대표 순번 2번에 김 대표를 채워 김 대표 자택으로 추인을 받으러 갔다.

총선을 불과 3주 가량 남기고 비례대표 후보 선정 파문을 둘러싼 김 대표의 사퇴설이 불거지면서 제1야당은 전체가 김 대표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당력을 총동원하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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