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표는 다수의 교수진 등 전문가 그룹을 전면에 배치했지만, 투표 결과에서는 현장을 대표하는 인물들이 두각을 나타냈다.
당선이 유력했던 A그룹에 있던 양정숙 국무총리 소속 행정심판위원회 위원과 조희금 대구대 가정복지학과 교수는 순위 투표에서 각각 13위와 25위를 기록했다.
김종인 대표의 전략공천 몫 4명(김종인 대표, 김성수 대변인, 박경미 홍익대 교수, 최운열 서강대 교수) 등을 고려하면 당선권에서 멀어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 발언으로 논란이 된 김숙희 서울시의사회 회장도 10명에 속한 A그룹이었지만 투표에서 19위에 머물렀다.
B그룹에 있던 이덕환 서강대 교수, 이재서 총신대 교수는 투표에서 각각 24위와 20위를 기록했다.
반면 임미애 전 혁신위원의 남편이자 전국농어민위원회에서 선출된 김현권 의성한우협회장은 당선 가능성이 거의 없는 C그룹이었지만 투표에서 1위로 뛰어올랐다. 당선이 유력해진 것이다.
역시 영입인사로 C그룹에 있던 권미혁 당 뉴파티위원장은 7위에, B그룹에 있던 정춘숙 전 혁신위원은 10위를 기록해 당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제윤경 전 문재인 대선후보 공동선대위원장은 6위로 여성 가운데 2위를 차지했다.
김 대표는 현장형 인물보다는 교수진이 정책을 만드는데 더 적합하다고 보고 있다.
김 대표 측근은 "노동 현장에 있던 사람이라고 해서 노동 정책을 반드시 잘 한다고 볼 수 없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운동권 인물 대신 전문가로 비례 대표를 채워 수권정당의 모습을 갖추려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가 교수진을 선호하는 것은 자신도 독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서강대에서 교수로 일한 경력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홍창선 공관위원장도 응용역학 박사 출신으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 출신이다.
김 대표가 자신을 제외하고 전략공천하기로 한 사람 3명 중 2명이 교수 출신이다.
하지만 당 내부에서는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할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다.
중앙위에서 결국 당헌 규정대로 청년·노동·취약지역·당직자 등 4개 선출분야의 후보들을 당선 안정권(1~20번)에 넣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앙위가 범친노 인사들이 대다수를 차지한다는 점도 이런 변화를 이끈 원인으로 꼽힌다. 이들은 전문가 그룹보다는 과거 운동권과 연이 있었던 현장형 인물에 대해 애착을 갖고 있다.
김 대표가 추천했던 인물들이 보수 색채를 띤 데다가 검증에 허점을 드러낸 점도 당내 반발을 불러온 것으로 보인다.
한 당직자는 "김 대표가 교수들을 대거 넣으려고 했다면 왜 그 사람이 꼭 필요한지 설명을 했어야 했다"면서 "그러나 도덕성 등 일부 문제가 불거진 이후에도 이에 대해 납득할만한 해명이 없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