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현은 1차전에서 리그 최장신(221cm)이자 최중량(150kg)의 하승진을 수비했다. 전반 하승진을 2점 4리바운드로 막아내 이승현의 수비는 성공을 거두는 듯했다. 이승현의 수비 속에 오리온은 전반을 34-26으로 앞설 수 있었다.
그러나 후반 하승진은 8점 7리바운드를 기록했다. 특히 승부처인 4쿼터에서 하승진은 6점을 집중시켰다. KCC의 82-76 역전승의 발판이 됐다. 추승균 KCC 감독은 "후반 이승현이 지쳐서 하승진을 잘 막지 못하더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2차전을 앞두고 이승현은 "사실 승진이 형을 맡는 것은 외국 선수를 맡는 것보다 더 힘들다"고 털어놨다. 이어 "하지만 지쳤다고들 하시는데 그것보다는 4쿼터 실점 상황에서 승진이 형이 안드레 에밋과 2 대 2 플레이를 펼쳐 놓친 것이 더 크다"고 강조했다.
2차전에 대해서도 굳은 각오를 드러냈다. 이승현은 "힘들지만 어쩌겠는가"라면서 "어떻게 해서든 승진이 형을 맡아보겠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이어 "1차전에서 3점슛을 많이 던졌는데 다양하게 시도해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1차전에 이어 2차전에서도 이승현은 하승진을 1쿼터 잘 막아냈다. 하승진은 2점에 머물렀고, 이승현은 미들슛 등 6점을 올렸다. 끈질긴 수비에 하승진은 이승현을 밀쳐 공격자 파울을 범하기도 했다.
이후 이승현은 종료 1.3초 전 공격 상황에서 KCC 신명호를 밀어 3번째 파울을 범했다. 결국 이승현은 2쿼터를 통째로 벤치에서 머물러야 했다. 1쿼터를 9점 차로 앞섰던 오리온은 2쿼터 이승현의 공백 속에 48-43으로 쫓겼다. 하승진이 2쿼터만 6점을 올렸다.
하프타임 뒤 각성한 이승현은 후반 기운차게 돌아왔다. 3쿼터 정확한 미들슛과 속공으로 알토란 6점을 보탰고, 동료들과 기민한 협력 수비로 하승진을 역시 2점으로 막아냈다. 3쿼터 오리온은 조 잭슨의 11점을 더해 73-56까지 달아나 승기를 잡았다.
4쿼터에도 이승현은 2분10초께 3점포까지 꽂으며 81-61, 20점 차 리드를 가져왔다. 4쿼터에도 7점을 보탠 이승현은 팀 동료 애런 헤인즈와 함께 양 팀 최다 19점을 올렸다. 결국 오리온은 99-71로 이겨 7전4승제 시리즈에서 1승1패, 균형을 이뤘다.
경기 후 이승현은 "1쿼터 때 파울 3개가 돼 아쉬웠다"면서 "그래도 2쿼터 끝나고 생각 많이 했고, 후반에는 생각대로 됐다"고 웃었다. 추일승 오리온 감독은 "승현이가 파울이 많았지만 자연스럽게 체력 안배와 장재석, 최진수 등 백업 멤버 활용으로 연결됐다"면서 전화위복의 상황을 반겼다.
이승현은 "감독님께서 '23분밖에 안 뛰었으니 이따가 야간 운동을 해야겠다'고 하시더라"면서 "오늘은 1차전과 달리 끝까지 긴장을 놓지 말자고 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 아시아선수권에서 이란의 하메디 하디디(218cm)를 막으면서 장신 수비를 익혔다"면서 "승진이 형을 막는 나만의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확실한 것은 2차전에서 이승현은 지치지 않았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