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식이 오래돼 낡은 벤츠를 몰다 사고를 당해도 해당 차량 보유자는 수리 기간 동안 벤츠 '신차'를 렌트해 몰고 다닐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다음 달부터는 고가의 최신 외제차를 몰다 사고를 당해도 차량 렌트는 국산차만 가능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21일 "렌트 차량 제공 기준을 '피해 차량과 배기량, 연식이 유사한 '동급' 가운데 최저 요금의 차량'으로 바꾼 자동차보험 약관 개정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렌트 기준이 '동종 차량'에서 '동급 중 최저 요금 차량'으로 변경된 것이다.
개정된 약관은 오는 4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배기량이 1995cc인 BMW520d 운전자가 교통사고를 당하면 같은 종류의 BMW가 아니라 LF쏘나타(1998cc)나 K5(1998cc) 등을 렌트해야 한다.
이번 약관 개정으로 보험사들은 고가 외제차 렌트 비용 절감에 따라 보험료 지출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사들은 그동안 시장가치가 크게 떨어진 노후 외제차에 동종 차량 렌트 비용을 지급하게 한 자동차보험 약관이 보험금 누수의 한 요인이라고 불만을 제기해 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외제차 운전자들에 일방적으로 불이익을 전가하고 보험사들만 배를 불리는 조치라는 반발도 있다.
외제차 사고에 국산차를 렌트하게 하는 대신 보험료도 같이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과도한 렌트비 지급 방식 개선은 외제차가 아닌 일반 차량 운전자의 보험료 인상 요인도 완화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개정 약관은 자기차량손해 담보는 원칙적으로 실제 수리한 경우에만 수리비용을 보상하도록 했다.
일부 운전자가 차량을 수리하는 대신 보험사에서 미수선수리비를 받은 뒤 다른 사고 발생 시 동일한 파손 부위에 이중으로 수리비를 청구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단독사고나 가해자 불명사고, 일방 과실사고는 실제 수리를 한 경우에 한해 보험사가 수리비를 지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