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졌지만 오리온도 충분히 챔프전다운 경기력을 보였다. 3쿼터까지 59-54로 정규리그 우승팀 KCC를 압박했다. 다만 4쿼터 중반 김민구의 3점포 2방과 전태풍의 역전 결승 및 쐐기 5점이 터진 KCC의 뒷심이 더 강했다.
명승부 속에 양 팀의 추 감독은 모두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KCC 추승균 감독(42)은 더 쉽게 이길 경기를 어렵게 간 것에 대해, 오리온 추일승 감독(53)은 이겼어야 했던 경기를 내준 데 대해 깊게 분석했다.
21일 2차전을 앞두고 전날 진행된 훈련에서 두 감독은 모두 "1차전에서 내가 실수를 했다"고 털어놨다. 과연 두 팀 감독이 인정한 실수란 무엇일까.
▲KCC 추 "평가전 안 해서 주전 체력 저하"
먼저 추승균 감독은 전반 주전들의 경기력 저하에 대한 원인이 자신에게 있었다고 돌아봤다. KCC는 1차전에서 전반을 26-34로 뒤져 하마터면 7전4승제 시리즈의 가장 중요한 경기를 내줄 뻔했다.
특히 하승진(221cm)과 안드레 에밋(191cm)의 전반이 다소 저조했다. 하승진은 1차전 전반 2점 4리바운드, 에밋은 7점 3리바운드에 머물렀다. KGC인삼공사와 4강 플레이오프(PO)에서 각각 15.8점 14.8리바운드, 33.8점 7.8리바운드를 올린 점을 감안하면 챔프전 1차전 경기력과는 차이가 컸다.
뿐만 아니었다. KCC 선수들은 전반적으로 전반 좋지 않았다. 전반 야투 성공률이 28%에 불과해 46%의 오리온과는 20% 포인트 정도 차이가 났다. KCC가 8점 차 리드를 뺏긴 이유였다.
추 감독은 "4강 PO 때 주전들의 컨디션이 좋았던 것은 두 차례의 평가전 때문이었다"면서 "한양대와 2번 연습 경기를 하면서 선수들이 첫 경기는 힘들어 했지만 두 번째 경기 때는 호흡이 트였고, 그게 4강 PO까지 연결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날랜 대학 선수들을 수비하느라 KCC 선수들도 함께 뛰면서 컨디션을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챔프전을 앞두고는 주전들의 평가전은 없었다. 4강 PO 격전을 치렀던 만큼 체력 안배 차원이었다. 추 감독은 "사실 평가전은 하긴 했는데 주전들이 아닌 식스맨들 위주였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4강 PO 때 올라왔던 주전들의 컨디션이 일주일 정도를 쉬면서 저하됐다는 것이다. 추 감독은 "승진이가 대표적인데 챔프전 1차전 전반에는 거의 뛰지 못하고 힘들어하더라"면서 "그러다 후반에 가서야 호흡이 트이면서 잘 뛰었다"고 돌아봤다.
결국은 챔프전을 앞두고 평가전을 했어야 주전들의 컨디션이 유지됐을 것이라는 얘기다. 추 감독은 "그러나 1차전을 치르면서 어쨌든 후반 선수들의 컨디션이 회복됐다"면서 "2차전에서는 아무래도 1차전보다는 달라진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오리온 추 "체력 안배 못 해 후반 역전 허용"
반면 오리온 추일승 감독의 실수는 무엇이었을까. KCC와 비슷하지만 조금은 다른 성격이다. 추 감독의 오산도 체력 부분이었지만 KCC와는 반대 양상이었다.
추 감독은 "주전들의 체력 안배를 해줬어야 했는데 그걸 하지 못했다"고 1차전 패인을 짚었다. 1차전에서 전반까지 8점, 또 3쿼터까지 5점 리드를 잡았던 오리온은 4쿼터 중반 이후 흐름을 내줘 경기에서 졌다.
KCC 하승진과 에밋이 전반 부진했던 것은 컨디션 저하도 있었지만 이승현, 김동욱을 중심으로 한 오리온의 견고한 수비도 원인이었다. 하승진은 전반 겨우 2번의 슛 시도만 있었고, 에밋은 전반 야투율이 43%(7개 중 3개)에 그쳤다. 정규리그 최우수 수비상을 받은 이승현과 포워드는 물론 센터 수비도 가능한 김동욱이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둘의 체력은 급격하게 후반 급격하게 떨어졌다. 하승진은 후반에만 8점 7리바운드를 올렸는데 특히 승부처인 4쿼터만 6점 4리바운드를 집중시켰다. 에밋은 더더욱 후반 활개를 치며 18점을 몰아쳤다. 아무리 수비가 좋은 이승현과 김동욱이더라도 4쿼터 내내 하승진과 에밋을 틀어막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승현은 그렇다 치더라도 김동욱을 많이 뛰게 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바로 초반 기선 제압과 승기를 이어가기 위해서였다. KCC는 한번 분위기를 타면 걷잡을 수 없는 파괴력을 지닌 만큼 기회를 주지 않기 위해 에밋 수비를 가장 믿을 수 있는 김동욱에게 많이 맡길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추 감독은 "사실 승부를 빨리 걸어야 했다"면서 "뒤지면 역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인데 문태종을 많이 뛰게 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오리온은 정규리그 3위로 1위인 KCC에 밀리는 데다 상대 홈 코트라는 불리함 때문에라도 초중반 승부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오리온은 4쿼터 승부처에서 애매한 판정으로 흐름을 내줘야 했다.
21일 2차전을 앞둔 전날 훈련에서 추 감독은 "2차전은 될 수 있는 한 끈기있는 경기를 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초중반 이른 승부수로 막판 고비에서 체력이 떨어진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다. 이어 "에밋에 대한 수비는 장재석 등 다른 선수도 투입해 김동욱의 체력을 안배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챔프전 1차전에서 한번씩 오산의 경험을 한 2명의 추 감독. 과연 21일 2차전에서는 어떤 추 감독의 계산이 맞을지, 또 오산이 반복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