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가 한참 있다 일어나서 걱정했어요. 안 뛴다고 하면 어떻게 하지? 뛰어가서 괜찮냐고 가장 먼저 가서 물어봤어요. 괜찮다고 해서 안심했구요"
여자프로농구 춘천 우리은행의 맏언니 임영희(35)는 지난 16일 부천 KEB하나은행과의 챔피언결정전 1차전 도중 루즈볼을 잡기 위해 코트 밖으로 몸을 날렸다. 1층 테이블의 맞춤이 깨질 정도로 강하게 부딪혔다.
양지희는 맏언니의 허슬 플레이를 보며 크게 걱정한 팀 동료 중 한 명이다. "안 뛴다고 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양지희의 말은 진담 반 농담 반이다. 그만큼 후배들은 맏언니를 굳게 믿고 있고 또 의지하고 있다.
20일 경기도 부천체육관에서 열린 KDB생명 2015-2016 여자프로농구 하나은행과의 챔피언결정전 3차전을 앞두고 만난 위성우 감독은 "임영희를 만난 것은 내가 복을 받은 것"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위성우 감독은 "잘하는 날이든 못하는 날이든 관계없다. 내 마음 속에는 늘 임영희가 MVP다"라고 말했다.
나머지 선수들이 들으면 서운한 감정을 느낄까? 아마도 아닐 것 같다.
위성우 감독은 "임영희는 맏언니 답다. 코트 안에서나 밖에서나 마찬가지다. 운동이 힘들어도 내색하지 않고 언제나 최선을 다한다. 맏언니가 먼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후배들은 따라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영희도 우리은행에서 위성우 감독을 만나 자신의 농구 인생의 꽃을 피웠다. 서로 잘 만난 것 같다는 취재진의 말에 위성우 감독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위성우 감독은 "아니다. 그건 순전히 제 복이다. 임영희 같은 선수를 만난 것은 내가 복을 받은 것이다"라며 "스파르타 훈련을 한다고 다 통하겠나. 선수들이 따라오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임영희에게 늘 고맙다"고 말했다.
정규리그를 제패한 우리은행은 이날 하나은행을 69-51로 완파하고 파죽의 3연승을 질주하며 대망의 4년 연속 통합 우승(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같은 해 석권)을 달성했다.
1쿼터에서 8점 차로 앞서가며 기선을 제압한 우리은행은 2쿼터를 37-18로 끝내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경기 초반 이후 긴장감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일방적인 승부였다.
임영희는 3차전에서 11점 8어시스트 5리바운드를 올리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 골밑에서 강력한 지배력을 발휘한 양지희나 고비 때 외곽포를 터뜨린 박혜진에 비해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팀이 흔들릴 때마다 선수들을 불러모아 격려한 코트의 사령관은 늘 임영희였다.
그럴 때마다 위성우 감독은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임영희와 선수들을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