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비례 2번 '셀프공천'…더민주 안팎 '역풍'

"당 중진들 컷오프시키면서 자신은?"·"비례 5선 세계신기록 축하"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20일 4·13 총선 비례대표 2번에 스스로를 공천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비례대표 2번은 남성 후보의 최상위 순번이다.

더민주는 이날 비례대표 명단을 확정해 발표했는데 김 대표는 당 대표에게 주어진 비례대표 3명 공천 권한 중 하나를 자신에게 사용했다. '셀프 전략공천'을 한 셈이다.

김 대표는 비례대표 후보 출마 여부에 대해 더민주 입당 초기에는 관심없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으나 이후에는 "그런 것을 뭘 알려고 하느냐 내가 하면 하는 거고 안하면 안하는 거지"라며 퉁명스러운 반응으로 즉답을 피해왔다.

당내에선 당 대표가 비례대표 최상위 순번을 자신에게 배정한 것은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총선에도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외연 확대를 명분으로 이해찬·문희상·유인태·전병헌 의원 등 친노 또는 정세균계 의원들을 대거 컷오프 시키면서 정작 자신은 아무런 희생이나 헌신도 하지 않느냐며 곱지 않은 시각을 보이고 있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다른 사람들을 죽였으면 비례대표를 받지 말았어야지 스스로 상위 순번을 배정한다는게 말이 되느냐"며 "총선이 끝나고 나면 아무도 김 대표를 인정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컷오프에 반발해 무소속 출마한 이해찬 전 총리 측은 "비례대표를 네 번이나 했는데 그렇게도 국회의원이 하고 싶냐"며 "당을 사당(私黨)으로 만들어 사단을 일으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6년 15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14번 순위에 배수진을 쳐서 13번까지 당선시키고 자신은 낙선한 사례와 대비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총선 승리를 통해 내년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자고 주장하지만 실제 행동은 정반대라는 것이다.

서울지역에 공천받은 한 원외 후보는 "당선권이라도 후순위에 배치하면 불만스럽더라도 양해를 하겠지만 2번을 배정한 것은 코미디"라며 "(김 대표가 휘두른 컷오프에 대해 )그동안 선거에서 이겨야 된다고 하니 따라왔지만 이젠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의 비례 2번 배정이 총선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수도권에 출마한 더민주의 한 의원은 "김 대표가 더민주를 자신의 당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라며 "표가 마구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고 우려했다.

지역구 선거는 물론 정당득표율에도 영향을 미쳐 비례 의석 몇석은 날아갈 것이라는 얘기다.

김광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정의가 강물처럼 통하는 사람 사는 세상을 꿈꿨는데 김종인 대표의 셀프 전략공천은 정의롭지도 상식적이지도 않다"고 꼬집었다.

이어 "당을 대표하는 지도자라면 비례의석의 총수가 줄어든 것을 감안하더라도 17번 정도를 선언하고 총선승리를 위해 최소한 이 정도까진 될 수 있게 힘써 나아가겠다고 선언하는 것이 지도자의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당 밖에서도 냉소적인 반응들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대표는 김종인 대표 비례대표 공천 소식을 듣고 "그럴 줄 알았다"고 조소하며 "비례대표 취지에 어긋나는 결정"이라고 꼬집었다.

같은당 김정현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김종인 대표가 스스로 비례 상위 순번인 2번을 지명한 것은 염치 없는 셀프 비례"라며 "그동안 당의 전권을 접수해 칼바람을 일으킨 것이 고작 셀프 비례 2번을 위한 것이라니 헛웃음만 나온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김도균 대변인도 "김종인 대표가 여야를 넘나든 비례 5선의 세계신기록을 수립한 것을 야권 동반자의 입장에서 진심으로 축하드린다"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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