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이 절박한 두 팀의 대결을 누구보다 복잡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가 있다. 바로 임재현 오리온 코치(39)다. 임 코치는 오리온으로 이적하기 직전 KCC에서 7시즌을 뛴 바 있다. 오랫동안 몸담았던 친정팀과 현재 소속팀의 진검승부를 바라봐야 하는 것이다.
20일 전북 전주체육관에서 열린 1차전에 앞서 임 코치의 표정은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임 코치는 지난 2000-2001시즌 SK에서 데뷔했지만 2007-2008시즌부터 KCC로 이적해 뛰었다.
특히 KCC 제 2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임 코치다. 임 코치는 2008-09시즌과 2010-11시즌 KCC의 챔프전 우승과 2009-10시즌 준우승을 함께 했다. 2013-14시즌 뒤 팀 재편에 따라 오리온으로 이적했지만 임 코치에게 KCC는 프로 생활 중 가장 많은 기간을 뛴 팀이다.
2010-11시즌 뒤 첫 챔프전을 치르는 임 코치는 경기에 앞서 "기분이 묘하다"며 멋쩍게 웃었다. 정든 전주체육관에서 열리는 챔프전에 원정팀으로 오는 게 낯설었을 터.
하지만 이제는 엄연히 오리온의 코치다. 온전히 현재 소속팀의 승리를 바라는 임 코치다. 다만 누구보다 KCC의 힘을 잘 알기에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임 코치는 "KCC 시절 우승 멤버인 전태풍와 하승진의 능력을 잘 안다"면서 "쉽지 않은 승부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임 코치는 "예전 전태풍과 하승진은 흥이 워낙 많이 신이 나면 걷잡을 수 없었다"면서 "그걸 추승균 현 감독이나 내가 조절해주는 부분이 있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임 코치는 "때문에 오리온 선수들에게도 중심을 잡고 가라고 했다"면서 "거기서 승부가 갈릴 수 있다"고 봤다.
결국 임 코치의 예상대로였다. 전반을 34-26으로 앞선 오리온은 사실 3쿼터에 완전히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3쿼터에 추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경기를 조율해줘야 할 가드 조 잭슨의 역할이 아쉬웠다.
3쿼터 오리온은 조 잭슨이 12점을 집중시키긴 했다. 그러나 다소 흥분해 팀 동료보다 자신의 공격에 더 치중했다. 속공 상황에서 애런 헤인즈 등 동료들에게 패스를 했다면 쉽게 득점했을 것을, 다소 무리하게 자신이 공격하다 슛이 무산됐다. 3쿼터 잭슨은 3점슛은 50% 성공률(4개 중 2개)을 보였지만 2점슛은 38%(8개 중 3개)에 그쳤다.
결국 오리온은 3쿼터를 25-28로 뒤져 리드가 5점으로 줄었다. 물론 선수가 신이 나야 경기가 잘 풀리지만 너무 흥분해버리면 자칫 경기를 그르칠 수 있다. 4쿼터 오리온이 역전패를 안은 점을 감안하면 3쿼터 더 달아났어야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결과적으로 3쿼터 잭슨의 과욕이 화를 부른 셈이다.
이날 잭슨은 팀 최다 20점을 넣었지만 2점슛 성공률이 44%로 팀 평균 47%를 밑돌았다. 화려하긴 했지만 정작 중요할 때 실속이 떨어졌다. 오리온은 정규리그 순위가 떨어지는 만큼 더욱 집중력을 발휘해야 할 필요가 있다.
KCC와 오리온, 두 팀 선수들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임재현 코치. 과연 그가 꼽은 승부처인 평정심을 누가 더 잘 유지할 수 있을까. 남은 챔프전의 키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