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열광시킨 명승부에 '옥에 티'로 남은 2가지

'워~, 워~' KCC와 오리온 선수들이 19일 챔피언결정 1차전에서 대치 상황을 벌이자 심판이 말리고 있다.(전주=KBL)
'2015-2016 KCC 프로농구' KCC-오리온의 챔피언결정 1차전이 열린 19일 전북 전주실내체육관. 이날은 경기 수 시간 전부터 팬들이 표를 사기 위해 장사진을 이루는 등 모처럼 뜨거운 농구 열기를 보였다.

4811명 만원을 이룬 만큼 경기 열기도 뜨거웠다. 원정팀 오리온이 전반을 34-26으로 앞섰지만 KCC가 후반 거센 추격전을 벌이면서 경기장은 후끈 달아올랐다.

마침내 KCC는 4쿼터 대역전극을 이뤘다. 쿼터 중반 김민구의 연속 3점포로 동점을 만든 뒤 전태풍의 역전 결승 자유투 3개와 쐐기 미들슛으로 단숨에 분위기를 가져왔다. 결국 KCC가 82-76으로 역전승을 거두면서 전주체육관의 열기는 절정에 달했다.

하지만 명승부는 흠집도 남겼다. 선수들이 승부에 너무 집중해 볼썽사나운 충돌 장면을 연출했고, 석연찮은 판정이 '옥에 티'로 남았다.

두 팀의 충돌은 김민구의 연속 3점포로 KCC가 64-64 동점을 만든 경기 종료 3분56초 전쯤에 나왔다. 반격에 나선 오리온 문태종과 이를 막으려던 김민구의 팔이 서로 엉킨 뒤 풀리는 과정이었다.

이때 둘이 언쟁을 벌였고, 두 팀 선수들이 몰리면서 대치 상황이 벌어졌다. 다행히 더 이상 몸싸움으로 번지지는 않았으나 김민구가 이 과정에서 다소 과격한 동작을 취했다. 25살인 김민구는 불혹을 넘긴 문태종과는 16살 차다. 다만 문태종이 먼저 팔을 거는 듯한 동작이 있었고, 경험이 적은 김민구가 다소 흥분한 모양새였다.


KCC 전태풍이 19일 챔피언결정 1차전에서 오리온 이현민의 수비 속에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전주=KBL)
이후 오리온이 66-64로 앞서간 종료 3분 31초 전에는 다소 애매한 파울이 나왔다. KCC 전태풍이 3점슛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오리온 이현민이 파울이 불린 것. 전태풍이 공을 잡고 뜨는 과정에서 이현민이 팔로 쳤다는 판정이었는데 느린 화면에는 접촉은 거의 없었다.

결국 오리온은 여기서 역전을 허용했다. KCC 전태풍이 침착하게 자유투 3개를 모두 꽂으며 67-66으로 전세를 뒤집었다. KCC는 이현민의 트래블링 실책으로 가져온 공격에서 전태풍이 미들슛을 꽂으며 완전히 분위기를 가져왔다. 사실상 승부가 갈린 시점이었다. 경기 후 추일승 오리온 감독은 당시 판정에 대해 "신만이 알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선수들 사이의 충돌이 나온 김민구의 파울 장면에 대해 추승균 KCC 감독은 "선수가 뛰다 보면 혼자 거친 말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민구가 잘 했다는 게 아니지만 경기에 나이가 어디 있느냐"면서 "앞으로 주의를 주겠다"고 덧붙였다.

경기 후 김민구는 일단 의도적인 것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김민구는 "오해를 하신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이어 "문태종 선수가 잘 들어가고 하니까 나도 꼭 막아야겠다는 마음이었다"면서 "그런데 먼저 팔을 끼더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단순히 경기 중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는 것이다.

김민구는 "이후 더 이상 접촉은 없었고, 나중에 문태종에게 '죄송하다'고 했다"면서 "신경전은 벌일 수 있지만 다른 마음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욕 같은) 동작이 있었다면 잘못을 한 것이겠지만 25살이든, 40살이든 경기장에서는 목숨을 걸고 승리를 위해 뛰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당부했다. 함께 인터뷰에 나선 전태풍도 "경기는 전쟁"이라고 강조했다.

경기 중에 선수들의 갈등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또 애매한 심판 판정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농구 역사에 남을 명승부에 흠집이 남았다는 점도 부인할 수는 없는 사실이다. 두 팀은 20일 하루를 쉰 뒤 21일 오후 7시 같은 장소에서 2차전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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