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경기를 앞두고 구단 프런트는 주전급 선수 6명 가족들의 응원 영상을 준비했다. 전태풍, 하승진의 아들과 신명호, 김효범의 부인, 외국 선수로는 안드레 에밋의 어머니와 허버트 힐의 형이 동영상을 통해 결전에 나서는 가장을 응원했다.
선수들은 가족의 열렬한 응원을 흐뭇하게 지켜봤다. 특히 전태풍의 5살 아들 태용과 하승진의 아들 지훈의 깜찍한 영상이 나오자 관중석에는 웃음이 퍼졌다. 하승진 등 선수들은 "영상을 보니 가슴이 뭉클하다"면서 "진짜 열심히 해서 오늘 이기도록 하겠다"고 결전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구단 관계자는 "시즌 중 오늘 처음 공개하는 영상"이라고 귀띔했다. 가장 중요한 챔프전 1차전을 앞두고 준비한 비장의 무기였던 셈이다.
과연 이 영상은 힘들었던 선수들에게 힘을 줬다. 4쿼터 중반까지도 리드를 당해 패색이 짙던 KCC 역전승의 원동력이었다.
경기 막판까지 KCC는 오리온의 거센 공세에 고전했다. 이승현이 KCC 최장신 하승진을 꽁꽁 묶었고, 에이스 안드레 에밋도 오리온의 집중 견제에 막혔다. 전반을 26-34로 뒤진 KCC는 3쿼터에도 좀처럼 역전하지 못하고 54-59로 뒤졌다.
하지만 4쿼터 힘을 냈다. 58-64로 뒤진 가운데 식스맨 김민구가 연속 3점포로 동점을 만들며 역전의 발판을 놨다.
이후에는 '아빠' 전태풍이 힘을 냈다. 전태풍은 64-66으로 뒤진 종료 약 3분30초 전 3점슛 파울을 얻어 자유투 3개를 모두 꽂았다. 이후 3분6초 전에는 정확한 미들슛으로 69-66, 3점 차 리드를 안겼다.
순식간에 승부가 기운 시점이었다. 결국 KCC는 82-76 승리를 거둬 먼저 웃었다. 전태풍이 15점을 올렸고, 하승진도 10점 11리바운드 더블더블을 기록했다. 에밋이 양 팀 최다 25점(5리바운드 4도움), 힐이 17점 7리바운드를 올리는 등 응원 영상의 힘은 컸다.
경기 후 전태풍은 "아들의 응원을 보고 가슴이 완전 따뜻했다"면서 "가족 때문에라도 무조건 이겨야 한다 마음 있었는데 기분이 정말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두 팀은 하루를 쉰 뒤 21일 오후 7시 같은 장소에서 2차전을 벌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