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에는 곽명우가 단연 위였다. 노재욱은 곽명우에 밀려 벤치만 지키다 곽명우가 졸업한 4학년 때 주전 세터로 활약했다.
프로 입단 후 상황이 정반대가 됐다. 경기대 출신 1년 후배 이민규와 함께 입단한 곽명우는 백업 세터가 됐다. 반면 노재욱은 KB손해보험에서 1년 만에 현대캐피탈로 이적한 뒤 V-리그 우승 팀 주전 세터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챔피언결정전에서 먼저 웃은 것은 곽명우였다.
김세진 감독은 18일 1차전을 앞두고 '심플'을 답으로 내세웠다. 당연히 성공률이 가장 높은 시몬의 공격 비중을 높이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답이었다. 하지만 김세진 감독은 "곽명우에게 전적으로 맡겼다"고 답했다.
사실 곽명우의 약점을 꼽으라면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다. 곽명우 스스로도 "내가 생각하는 배구는 20점 이후나 듀스 상황에서 에이스한데 가는 스타일"이라고 인정할 정도.
1차전에서 곽명우는 시몬 의존도를 최대한 낮췄다. 시몬의 공격점유율은 34.88%. 대신 송명근이 30.23%, 송희채가 10.08%의 공격을 책임졌다. 승부처였던 1세트와 5세트 막판에도 시몬이 아닌 송명근, 송희채를 쓰면서 승리를 가져왔다.
◇긴장한 노재욱의 흔들린 토스
18연승이라는 새 기록으로 정규리그 정상에 선 현대캐피탈도 약점은 있다. 바로 세터 노재욱이었다. 대학 4년과 프로 2년 동안 주전으로 뛴 것은 2년이 전부. 그만큼 경험이 부족했다. 신바람이 나면 최고의 토스를 선보이지만, 흔들리기 시작하면 겉잡을 수가 없다.
노재욱은 1세트부터 긴장한 모습이었다. 일단 오레올 의존도가 너무 높았다. 오레올의 1세트 공격점유율은 62.5%. 막판 리시브까지 흔들리자 속공도 쓸 수 없었다. 1세트를 내주자 더 흔들렸다. 2세트에서는 오레올조차 활용하지 못했다.
3~4세트에서는 안정을 찾았다. 하지만 결정적인 5세트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5세트 현대캐피탈 스파이크 24개 중 무려 20개가 오레올에게 쏠렸다. 특유의 스피드 배구는 찾아볼 수 없었다. 흔히 말하는 몰빵 배구였다. 장기인 속공은 단 하나도 성공하지 못했다.
최태웅 감독은 "속공을 과감하게 사용하라고 했다. 2개를 썼는데 포인트가 안 나서 더 못 쓴 것 같다"면서 "(신영석 속공 범실보다) 10-8에서 교체 선수(전병선) 서브에 오레올에게 올라간 두 개의 공이 좋지 않았다. 이어 속공도 아웃됐고, 서브 에이스까지 나왔다. 그게 결정적이었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김세진 감독도 "11-9에서 신영석이 속공 범실을 하는 바람에 분위기를 탔다"면서 "정상적인 플레이로 오레올에게 갔으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