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내용이 재밌다. 우리가 평소 생각하는 목사상이 아니다. 보수적인 목회자들은 아마 불경하다고 외면할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 한국교회에 필요한 목회자상일 수도 있다.
내용은 이렇다. 보일러가 고장나면 전화한다. 텔레비전이 안 나오면 전화한다 등등. 여기까지는 살짝 미소 지으며 볼 수 있다. 마지막 10번에 가면 입가에 머금었던 미소에서 활짝 웃음꽃이 핀다.
'경로당에서 고스톱 칠 때 짝 안 맞으면 전화합니다'. 요즘 장안의 화제인 드라마 '태양의 후예' 말투까지. 의도한 바는 아니겠지만, 유행어를 적절히 사용한 김 목사의 안목이 놀랍다.
실제로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 때 김 목사를 부를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경로당 어르신들이 진짜로 부른다면 김 목사는 달려갈 가능성이 높다.
어떻게 목사가 고스톱 칠 수 있느냐고 뭐라 할 일이 아니다. 교회에 나오라는 100마디 말보다 이렇게 함께 고스톱 치는 것이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일일 수 있다.
김 목사가 고스톱만 치는 것은 아니다. 마음이 슬프거나 괴로울 때 도움을 청하라는 부분은 종교인의 역할도 감당한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단순히 사진 한 장으로 판단하긴 힘들지만, 글만 봐서는 내공이 보통이 아니다. 물론 SNS를 통해 비춰지는 모습과 실생활의 모습이 다른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이 사진이 화제가 되자 김 목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남겼다. 여기저기 방송에서 요청이 들어오고 있는데, 자신은 언론에 출연하지 않고 싶다고 했다.
김 목사의 페이스북이 올라온 글 중 일부를 그대로 옮겼다.
"스타가 된다는 것, 궁핍을 단기간이나마 모면할 수 있는 기회를 뿌리친다는 것은 40일을 금식한 예수님에게 돌로 떡덩이를 만들라는 사탄의 유혹만큼이나 가혹한 것입니다."
김 목사의 말대로 스타가 되고 싶은 욕망을 꺾는 목사가 지금 한국교회에는 필요하다.
김 목사가 전한 10가지 안내 문구는 아래와 같다.
1. 보일러가 고장 나면 전화합니다.
2. 텔레비전이 안 나오면 전화합니다.
3. 냉장고, 전기가 고장 나면 전화합니다.
4. 휴대폰이나 집전화가 안 되면 전화합니다.
5. 무거운 것을 들거나 힘쓸 일이 있으면 전화합니다.
6. 농번기에 일손을 못 구할 때 전화합니다.
7. 마음이 슬프거나 괴로울 때 도움을 요청합니다.
8. 몸이 아프면 이것저것 생각 말고 바로 전화합니다.
9. 갑자기 병원에 갈 일이 생겼을 때 전화합니다.
10. 경로당에서 고스톱 칠 때 짝 안 맞으면 전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