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에 벽장에 욕실에…고액체납자 천태만상"

"아파트 벽장 여니 반바지 차림의 남자가 툭 튀어나오기도"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안승만 (38세금징수과 조사관)

'끝까지 추적해서 반드시 징수한다.' 어느 경찰서의 형사과나 강력계에 걸린 문구 같죠. 그런데 서울시의 38세금징수과에 걸려있는 문구입니다. 38세금징수과, 1000만원 이상의 고액 세금 체납자들을 끝까지 추적해서 세금을 받아내는 그런 팀인데요. 체납자들을 추적하다보면 호화생활을 그대로 누리면서도 세금은 한푼 내지 않는 뻔뻔스러운 행태가 비일비재하다고 합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는 이들을 쫓는 38세금징수과의 애환, 직접 들어보죠. 서울시 38세금징수과 안승만 조사관 연결이 돼 있습니다. 안 조사관님 안녕하세요.

◆ 안승만> 안녕하세요.

◇ 김현정> 팀 이름이 범상치가 않아요. 38세금징수과, 숫자로 3하고 8. 왜 38징수과입니까?

◆ 안승만> 우리나라 헌법 38조가,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성실히 납세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납세를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데요. 납세의무를 갖다가 강조하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그래서 잊지 말자, 헌법 38조. (웃음) ‘38세금징수과’ 이렇게 되는 거예요.

◆ 안승만>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보니까 이 징수과는 고액체납자만을 전문으로 추적한다. 이렇게 제가 소개를 했는데. 고액체납자라고 하는 기준은 얼마부터입니까?

◆ 안승만> 그런 기준은 별도로 없으나 1000만원 이상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 김현정> 1000만원. 그러면 많은 경우는 얼마까지 체납돼 있어요?

◆ 안승만> 지금 한 개인 체납자가 거의 500억 되는 체납자도 관리하고 있습니다.

38세금징수과 안승만 조사관(가운데). (사진=본인 제공)
◇ 김현정> 와 그런데 이런 고액 체납자들이 괘씸한 건 입에 풀칠 할 돈도 못 내는 게 아니라 자기들이 먹고 쓰고 호화 생활 할 돈은 있는데도 안 내는 경우가 많다면서요?

◆ 안승만> 그렇습니다. 아주 그런 고액 악습 상습 체납자들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렇게 고액 악습 체납자들 어떤 사람들 보셨어요? 추적하다 보면 별별일이 많으실 것 같은데요.

◆ 안승만> 아유 그런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많은데요. 집에 사람이 있는 걸 알면서 찾아가면 문을 안 열어주는 경우가 태반이고요.

◇ 김현정> 알면서 갔는데도요?

◆ 안승만> 네.

◇ 김현정> 조금 전에 1분 전에 전화하고 벨 눌렀는데 문 안 따줘요?

◆ 안승만> 그렇죠. 그래서 문을 안 열어줘서 119 고가사다리를 타고 우리가 3층 옥상으로 진입한 경우도 있었고요. 또 들어가면 이렇게 화장실에 숨어 있고. 심지어는 세탁기, 베란다, 벽장 속에도 숨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 김현정> 세탁기에 사람이 숨어 있어요?

◆ 안승만> 그런 예도 있는데요. 우리가 체납자의 집을 한번 방문을 했어요. 그런데 남편이 체납자인데 이혼한 배우자였습니다. 그런데 그 아내분이 너무 아픈 환자같이 보였어요. 너무 아파 보였기 때문에 그냥 철수를 했습니다, 기본 조사만 하고요.

◇ 김현정> 철수를 했군요.

◆ 안승만> 그런데 그다음 날 사무실로 전화가 왔습니다. 혹시 어제 38세금조사관들이 어느 아파트에 방문한 사실이 있냐? 이렇게 물어서 '있다'고 얘기를 했습니다. 그 남자분이 자기가 포장마차에서 들은 얘기인데 웬 남자가 자랑스럽게 얘기하는데 '어제 38세금조사관들이 방문했을 때 마누라가 아프다고 쇼를 했고 자기는 세탁기에 숨어 있었다. 이런 바보 같은 조사관들이 있는데. 나는 지금까지 체납기간이 10년인데 앞으로도 계속 납부하지 않을 거다.' 이렇게 자랑스럽게 술 먹고 얘기를 하는 걸 들었다고 저희한테 제보를 했습니다.

◇ 김현정> 세상에. 나는 10년 동안 안 냈는데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얼마든지 버틸 수 있어. 이렇게 말이에요?

◆ 안승만> 네. 그래서 다음 날 다시 출동을 하니까 똑같이 그렇게 아픈 행세를 하는 거예요. '그래서 남편이 어디 있냐’ 하니까 이혼한 것도 서러운데 제발 좀 남편 좀 찾아달라고 그렇게 저희한테 역정을 내면서 그렇게 하기에 제가 얘기를 했죠. '찾아준다고.' (웃음) 그래서 계속 수색을 하다 보니까 아파트 베란다 벽장 있지 않습니까? 그걸 당기니까 웬 남자가 반바지 바람으로 튀어나오는 거예요. 겨울이었는데.

가택수색으로 압수한 물품. (사진=안승만 조사관 제공)
◇ 김현정> (웃음) 옷 벽장 안에서. 그런 일도 있고요. 그런 경우에 정말로 사정이 너무너무 어려워서가 아니라 그냥 세금 안 내겠다는 심보로 그러는 경우인 거예요?

◆ 안승만> 우리가 관련한 체납자들은 그런 아주 비양심 체납자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니까 문을 열어보면 화장실에 엎드려 있고 숨어 있고 그런 경우입니다.

◇ 김현정> 참 별의 별 일이 많네요. 유명한 재벌집 회장님네, 이런 데도 가보셨어요?

◆ 안승만> 누구나 다 아는 그런 대기업 회장님인데 면담한 사례도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런 경우에는 재벌총수면 한두 푼이 아닐 텐데 체납된 것이?

◆ 안승만> 보통 몇 십억, 몇 백억 되는 그런 체납자입니다. 금고를 갖다 열게 해 보니까 시가로 1억이 넘는 고급시계가 있었고요. 현금도 거의 1800만원 정도 나왔습니다.

◇ 김현정> 별의별 일이 다 있네요. 그런데 세금을 오랫동안 고액을 체납하면 구속되고 이러는 건 없는 거예요?

◆ 안승만> 강력한 징수 방법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첫번째로는 수색해서 나온 물품에 대해서는 압류를 합니다. 그리고 5000만원 이상 체납자에 대해서는 해외 출국을 못 하도록 출국규제를 하고 있고요. 그다음에 기본적으로 은행거래를 못하도록 하고 있고. 그다음에 또 재산 은닉자들, 이런 범칙행위가 있는 체납자에 대해서는 우리가 검찰에 고발해서 별도의 처벌을 받도록 그런 징수활동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이게 순차적으로 이루어지는 거군요. 처음부터 구속하는 게 아니라.

◆ 안승만> 그렇죠. 한 사람을 조사하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시간이 소요가 됩니다. 거기에서 대상을 보고 가택수사 대상자다, 출국금지 대상자다, 고발 대상자다, 분류가 됩니다. 거기에 맞는 처벌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밤새도록 잠복한 경우도 있고요.

◇ 김현정> 밤새도록 잠복도 하세요?

◆ 안승만> 네. (웃음)

◇ 김현정> 세상에. 협박전화도 받으세요, 어쩔 때는?

◆ 안승만> 처음에는 협박전화도 하고 욕설도 하고 물리적인 충돌도 있었는데요. 지금은 그래도 조금 이렇게 고분고분한 편입니다.

◇ 김현정> TV 프로그램도 있고 그랬잖아요. 그러니까 이제는 안 내면 언젠가는 이렇게 쫓아와서 찾아가는구나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어요.

◆ 안승만> 예.

◇ 김현정> 그렇군요. 이렇게 돌아다니시다 보면 진짜로 살림이 정말 어려워서 이거 내가 대신 세금 내주고 싶다 싶을 정도로 그렇게 좀 안타까운 사연도 있습니까?

◆ 안승만> 있죠. 있습니다. 진짜 사업하다가 정말 망해서 그런 경우도 있고요. 가족 중에 어떤 불의의 사고를 당하신 분들도 있고. 이런 분들은 우리가 결손처분이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그 사람이 재기할 수 있도록 그런 경우는 도와주고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뻔뻔한 고액 체납자에 대해서는 끝까지 지구 끝까지 가서라도 찾아서 돈을 받아오는 거고, 가보니까 정말로 딱한 사람인 경우에는 오히려 재기를 돕는 이런 좋은 일도 하시는 거네요.

◆ 안승만>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렇죠. 고생 많으십니다. 오늘 여기까지 말씀 듣죠. 고맙습니다.

◆ 안승만> 감사합니다.

◇ 김현정> 38세금징수과의 애환. 오늘 안승만 조사관 통해서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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