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성매매 리스트' 경찰 3명 기소하고 흐지부지 터나

경찰 "신빙성 부족" 수사 대상서 제외…수기 장부 토대로 성매매 조직 입건

성매매 고객의 인적사항이 담긴 일명 '강남 성매매 리스트'를 수사하던 경찰이 강남 일대에서 채팅을 통해 성매매를 알선한 조직 총책과 조직원을 무더기로 적발했다.


이 과정에서 성매매 조직으로부터 금품을 받아 챙기고 성접대를 받은 현직 경찰관의 비위 사실도 함께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채팅 사이트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성매매를 알선한 총책 김모(36)씨 등 6명을 구속하고 조직원 6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7일 밝혔다.

또 성매매 여성 39명과 성매수남 7명을 입건하고, 성매매 업자로부터 금품과 성접대를 받은 현직 경찰관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총책 김씨는 서울 강남 논현동에 사무실을 임대해 채팅 요원과 성매매 여성을 고용한 뒤 성매매를 알선하는 수법으로 지난 2014년 2월부터 최근까지 모두 5000차례에 걸쳐 성매매를 알선해 13억원을 벌어들인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결과 이들은 성매매 조직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일명 '박스장'을 필두로 채팅요원인 '일꾼'이 인터넷 사이트에서 성매수남을 모집해 오면 운전요원인 '운짱'이 성매매여성을 성매수남에게 데리고 가서 비용을 수금하는 식으로 성매매 조직을 운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경찰 단속에 대비해 강남의 다세대주택을 월세로 빌린 뒤 2~3개월 단위로 옮겨다녔다.

또 수기로 성매수남의 명단을 관리하며 인터넷에 성매수남의 정보를 검색해 경찰 여부를 가려내는 등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박스장 신모(36)씨는 "손님의 기본적인 신상을 명단에 수기로 작성해 블랙리스트와 진행이 잘 되는 손님을 구분했다"며 "손님의 전화번호 등을 구글이나 페이스북에 검색해 경찰인지 여부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씨가 '박스' 형태의 하부 조직을 6개까지 늘렸으며, 중고등학교 동창까지 끌어들여 성매매 조직을 운영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와 함께 이들은 경찰들과 친분이 있는 전직 유흥업소 직원 출신 조직원 조모(42)씨를 통해 경찰들에게 괴물을 건네는 등 일명 '관(官)작업'을 한 사실도 적발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A경위 등 3명은 단속 사실을 미리 알려주거나 단속 시 진술 방법을 조언해주는 대가로 금품 혹은 성접대를 받은 혐의로 입건돼 현재 대기 발령 상태다.

경찰은 그러나 여론조사 기관인 '라이언 앤 폭스'가 강남 성매매 조직이 관리한 명단이라며 공개한 '22만명 성매매 리스트'는 수사에서 제외했다.

경찰은 "공개된 엑셀 파일을 토대로 수사에 착수했지만 작성 년도가 일정하지 않고 관련 정보도 단편적으로 적혀 있는 등 신빙성이 부족했다"며 "무리하게 수사할 경우 인권 침해 소지가 있어 수사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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