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특활비는 왜 '원장님 리베이트 창구' 됐나?

학부모에게 직접 수강료 청구해 관리 '사각지대'

경찰이 부산지역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교구 납품 비리에 대해 수사 (관련기사 : 3월16일자 '어린이집 리베이트 비밀장부 나왔다')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학부모로부터 직접 수강료를 받는 특별활동비가 리베이트 주요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부산진경찰서가 부산의 A교구납품업체를 압수수색해 확보한 비밀장부에는 지역 50여 곳의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건넨 금품 리베이트 내역이 적혀있다.

A사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강사를 파견하는 특별활동수업비나 교보재의 값을 부풀려 청구한 뒤 차액을 돌려주는 방식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왜, 특별활동비나 이에 사용되는 교보재 비용이 리베이트 창구로 활용됐을까?

외부 강사를 불러 진행하는 특별활동수업의 경우 정부 지원금이나 누리보육예산의 사용범위에 해당하지 않아 그 비용을 학부모에게 직접 청구한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자체적으로 계획을 세워 학부모들 동의하에 이뤄지는 데, 이에 따른 비용 역시 정부지원금 등과 구분해 관리하도록 되어 있다.

한 해 동안 운영할 수 있는 특활비의 상한선을 정해 놓긴 했지만 상대적으로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회계 자율성이 보장되는 반면, 지자체나 교육청의 관리·감독에서는 멀어진다.

부산 모 구청 어린이집 담당자는 "일 년에 한 번 정도 회계장부 등을 점검하지만 개인 계좌나 현금으로 돈을 주고받으면 내부 제보자가 나타나지 않는 한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부산시교육청 유치원 관련 부서 담당자 역시 "유치원과 납품업체가 공모해 리베이트를 주고 받으면 적발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경찰 수사결과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지난 2012년 서울에서 특별활동업체 등으로부터 불법 리베이트를 받은 어린이집 181곳이 적발되는 등 유사한 형태의 문제가 지역을 가리지 않고 반복되고 있다.

이번 부산의 경우만 봐도 교구 납품업체 단 한 곳에 대한 압수수색만으로 50곳이 넘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수사대상에 오른 것처럼, 특활비를 통한 리베이트는 관행처럼 넓게 퍼져 있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분석이다.

이 같은 방식의 금품 리베이트는 학부모들의 부담으로 고스란히 전가되는 것은 물론 파견 강사의 처우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밀장부라는 명확한 물증이 확보된 이번 경찰 수사를 계기로 지자체와 교육청의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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