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학과 학생회장 성희롱"…대학가 익명 고발 열풍

'익명성' 무장한 학생들 '쓴소리'…"온라인 세대들의 서툰 소통방식" 평가도

서울대학교 대나무숲에 올라온 모 학과 학생회장의 성희롱을 고발하는 글. (사진=서울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스북 갈무리)
신학기 대학가에 각종 추문이 잇따르는 가운데 이번엔 서울대학교에서도 성희롱 논란이 불거졌다.

17일 현재 서울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스북에는 모 학과 학생회장의 성희롱을 고발하는 글이 게시돼 있다.

지난 주말 있었던 A학과 MT에서 학생회장이 남학생 새내기를 성적으로 비하했다는 것.

익명의 글 작성자는 "다행히 당사자는 듣지 못했지만 학생회장과 그 옆에 앉아 있던 다른 남학생이 농담하면서 웃었다"며 "자기 과 후배들을 저런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어떻게 학생회장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포항공과대학에서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두고 '생각이 없었다'고 말한 교수의 발언이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해당 교수는 '대학생활과 미래설계' 수업 중 생각을 주제로 한 강의에서 "단원고 학생들이 사고를 당한 것은 생각하는 습관이 없어서"라며 "선박 관리자의 지시를 아무 생각 없이 믿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앞서 건국대와 한양대 새내기 오리엔테이션에서 폭탄주를 강요하고 성추행 게임까지 벌였다는 폭로도 대나무숲에서 터져나왔다.

◇ "익명성이 대숲의 장점…불이익 부담 덜해"

이처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익명으로 운영되는 '대나무숲'이 대자보를 대신해 대학가의 새로운 고발 창구가 되고 있다.


특히 각종 부조리를 고발해 불이익을 받을까 망설였던 학생들도 대나무숲에서는 새내기가 선배들에게, 학생이 교수를 향해 목소리를 낸다.

학생들은 대나무숲의 가장 큰 장점을 '익명성'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학생 김모(22) 씨는 "익명이다 보니 모든 사람들 앞에서 내 고민을 공개적을 말할 수 있고 신상도 보호될 수 있다"며 "마음놓고 말할 수 있는 메리트가 큰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정모(23) 씨도 "실명으로 올리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익명으로 올리니 부담감이 덜하다"고 전했다.

반면 직접 할 수 있는 말까지 익명으로 전하는 데 대한 우려도 나온다.

최근 서울대학교 대나무숲에' 화장실에 갇혀 있었는데 꺼내주신 분 감사하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자 '감사는 웬만하면 바로 표하면 되는데 왜 여기다 익명으로 하냐'는 반응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 "직접 말할 수 있는 부분도 익명…형식화된 소통"

이같은 대나무숲 고발 열풍을 두고는 젊은 세대의 솔직한 소통 방식이라는 평가가 나오는가 하면 피상적 접촉에 의지한 서투른 소통 방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SNS 기반 청년단체인 '청년당당'의 서지완 대표는 "과거 대자보는 보는 사람이 한정적인 데 비해 SNS는 결집력도 빠르고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젊은 세대는 자기 의사를 적극적으로 개진하지 않고 돌려서 표현하는 게 익숙한데, SNS상에서는 익명에 기대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중앙대 이병훈 사회학과 교수는 "SNS로 소통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지면서 대나무숲도 활성화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온라인에 익숙한 젊은 세대가 대면 소통을 불편해하고 기피하면서 온라인 소통 방식을 선호하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직접 말할 수 있는 부분까지 익명 게시판에 기대어 글을 쓰는 것은 대학가에서 사람을 마주하고 소통하는 측면이 점점 옅어지고 형식화되는 현상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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