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뜬 공이 사라져? 아직도 탈많은 돔구장

'韓 최초 돔구장' 고척스카이돔, 기대만큼 컸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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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넥센-SK의 시범경기가 열린 15일 고척스카이돔. 이날 경기는 한국 최초의 돔구장에서 열리는 역사적인 KBO 리그 1호 경기라 큰 관심을 모았다.

야구 취재기자와 사진기자, 촬영기자까지 50명 가까운 취재진이 몰렸다. 경기 전 더그아웃에서 후끈 달아오른 취재 열기를 확인한 조웅천 SK 코치는 "한국시리즈에 온 것 같다"고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역사적인 경기를 보기 위해 평일임에도 3541명, 올 시즌 시범경기 평일 최다 관중이 운집했다.

한국 야구의 숙원인 돔구장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약 2400억 원의 공사비가 들어간 새 구장에서 날씨에 관계 없이 야구를 즐길 수 있는 '돔구장 시대'의 본격적인 개막을 확인하기 위한 인파였다.

'고척돔 시대 개막?' 한국 최초의 돔구장인 고척스카이돔에서 KBO 리그 첫 경기로 펼쳐진 15일 넥센-SK의 시범경기 모습. 백네트 뒤에서 보이는 전광판이 까마득하게 보인다.(사진=넥센 히어로즈)
하지만 기대와 함께 고척스카이돔에 대한 우려도 공존하는 게 사실이다. 지난해 11월 개장 경기였던 프리미어12 야구 대표팀과 쿠바의 평가전인 '2015 서울 슈퍼시리즈'에서 드러난 문제점이 해결됐는지에 대한 걱정스러운 시선도 적지 않았다.

과연 KBO 리그 돔구장 경기 첫날은 어땠을까. 기대와 우려 속에 넥센과 SK의 경기가 펼쳐졌던 15일 고척스카이돔을 CBS노컷뉴스가 둘러보고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MLB 부럽잖다" 설레는 선수와 팬들

과연 새 돔구장에 대한 기대는 컸다. 선수, 감독, 심판 등 관계자들은 물론 팬들까지 고척스카이돔에 대한 설렌 마음을 드러냈다.

경기 전 넥센 베테랑 외야수 이택근은 "오늘 새 구장 첫 경기라 아침에 나올 때부터 마음이 새로웠다"고 부푼 기대감을 드러냈다. 최근 고척돔에서 훈련을 해온 이택근은 "이전 홈인 목동구장이 워낙 열악해서인지 모르겠다"고 웃으면서도 "라커룸은 물론 시설에서 대한민국 최고의 구장"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지난해 메이저리그(MLB) 애리조나에서 뛰었던 외국 선수 대니 돈도 "클럽하우스는 MLB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고, 웨이트 트레이닝 센터는 나오기 싫을 정도"라고 찬탄했다. 주장 서건창도 "바람이 불지 않아 경기 집중도가 좋다"고 했고, 염경엽 감독도 "시설은 물론 그라운드 흙까지 다녀본 구장 중 가장 좋다"고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MLB급 시설?' 고척스카이돔은 지난해 11월 한국-쿠바 대표팀의 평가전 이후 대대적은 개보수 작업에 들어갔다. 내야 좌석을 개선했고, 더그아웃 지붕을 설치하는 등의 작업이 이뤄졌다.(사진=넥센)
이날 일찌감치 경기장을 팬들도 마찬가지. 경기도 안산에서 왔다는 익명을 요구한 한 팬은 "돔구장 최초 경기 보려고 일부러 휴가를 내서 왔는데 설렌다"면서 "(내야) 좌석이나 시설이 다른 경기장에 비해 아주 좋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지난해 '2015 서울 슈퍼시리즈'에서 드러난 문제점은 어땠을까. 당시 고척스카이돔은 내야 일부 좌석이 길게 붙어 있어 통행이 불편한 점이 지적을 받았다. 무려 31개 좌석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가운데에 앉으면 화장실도 가지 못해 '기저귀 좌석'이라는 오명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보수 공사를 해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가운데 좌석을 뜯어내고 통로를 만들어 숨통을 틔웠다. 당초 1만8076석 규모의 관중석을 1만6944석으로 줄이는 것을 감수하고 얻어낸 편의다. 또 더그아웃에 지붕을 설치, 파울 타구나 관중의 오물 투척 등으로부터 선수단 보호 장치를 만들었다.

일부 팬들은 400여 대에 불과한 주차 시설을 불편 사항으로 꼽기도 했다. 그러나 부지 확보가 어려운 서울시임을 감안하면 감수해야 할 문제다. 일본 도쿄돔 역시 같은 상황. 대신 고척스카이돔은 근처 구일역에서 도보로 10분 정도의 길과 인근 민영 주차장을 대안으로 내놨다.

▲"전광판 보려다 추락하겠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특히 경기 자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들이라 현장에서는 민감하게 반응을 하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는 내, 외야수들 할 것 없이 선수들이 뜬공 처리에 애를 먹었다. 돔 천장을 덮은 하얀 천막과 회색 기둥에 타구의 궤적을 잃기 십상인 까닭이다. 여기에 기존 구장과 다른 조명의 위치도 한몫을 했다.

'어어, 안 보여' 넥센 포수 박동원(왼쪽)과 3루수 김하성이 15일 SK와 시범경기에서 평범한 파울타구를 어렵게 잡는 모습.(사진=넥센)
SK 이명기, 넥센 임병욱 등 외야수들은 타구를 시야에서 놓쳐 3루를 내줬다. 넥센 고종욱도 다른 구장이면 쉽게 처리할 평범한 뜬공을 마치 서커스 묘기처럼 간신히 잡아냈다. 경기 후 이명기는 "다른 구장처럼 일단 타구가 뻗을 것으로 예상해 낙구 지점으로 먼저 달려간 뒤 고개를 돌렸는데 공이 안 보이더라고"고 했고, 고종욱도 "라이트와 흰색 천막에 공이 헷갈렸다"고 말했다.

여기에 다소 짧은 듯한 내야 흙 부분도 지적 사항이었다. 홍원기 넥센 코치는 "2, 3루 사이 외야 쪽 인조잔디와 흙의 경계선이 조금 홈 쪽으로 짧게 돼 있더라"면서 "3루수와 유격수 쪽 깊은 타구를 처리하려면 경계의 불규칙 바운드 등을 조심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광판도 아쉽다는 평가다. 가로 22.40m, 세로 7.68m 외야 전광판은 홈플레이트에서 식별하기가 쉽지 않다.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의 빅보드(가로 63.393m, 세로 17.962m)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문승훈 KBO 심판부장 등 관계자들은 한목소리로 "너무 작다"고 입맛을 다셨다. 팬들 역시 "무슨 글자인지 보이지 않는다"고 볼멘소리다.

관중석도 불편함과 불안함을 호소한다. 야구 팬 이영곤 씨(24)는 "2층 이상 관중석 간격이 확실히 좁다"면서 "또 경사가 높아서 올라올 때 힘들고 무섭다"고 했다. 이어 "일본 야후돔도 가봤는데 (경사가) 유독 심한 거 같다"면서 "일어서서 응원하다 보면 떨어질 거 같다는 느낌이 든다"고 덧붙였다.

▲'돔구장 시대?' 아직은 미완성

일단은 선수 등 현장이나 팬들이 고척스카이돔에 적응하는 수밖에 없다. 이런 지적 사항이 쉽게 개선되기 어려운 까닭이다.

'고척은 공사 중' 고척스카이돔은 오는 4월 1일 넥센과 롯데의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개막전에 맞춰 목하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사진=김원유 기자)
먼저 천장 천막 문제부터 그렇다. 고척돔을 관리하는 서울시설공단 관계자는 "천장 천막 문제는 지켜보는 걸로 가야 할 것 같다"면서 "야구 관계자들의 의견을 들어보니 '낮과 밤 경기가 차이가 있어서 선수들이 적응하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하더라"고 밝혔다.

김용희 SK 감독은 "1995년 한일 슈퍼게임 때도 도쿄돔의 흰 천장 때문에 선수들이 고전했다"면서 "아마 도쿄돔 개장 이후 원정팀이 14연패인가를 당했다는 기억도 있다"고 말했다. 김 감독과 염 감독은 "프로이기 때문에 적응을 해야 할 수밖에 없다"고 했고, 고종욱도 "밤 경기가 되면 괜찮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전광판 역시 마찬가지다. 워낙 예산이 많이 들어가 올 시즌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공단 관계자는 "전광판 예산은 건립이 결정된 2000년 당시 기준으로 책정됐다"면서 "설계가 돔구장으로 변경됐지만 예산은 그대로였다"고 밝혔다.

이어 "전광판을 교체하는 데는 20~30억 원이 들어간다"면서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는 문제라 고민을 해봐야 하고 확보에도 시간이 걸린다"고 강조했다. 또 "기존 전광판을 버릴 수 없는 까닭에 이걸 어떻게 활용할지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급경사인 관중석도 어쩔 수 없는 상황. 당초 돔구장이 아니었던 설계인 만큼 변경에 대한 불가피한 부분이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4층 관중석의 경사도가 34도 정도 되는데 잠실구장의 32~33도와 큰 차이가 아닌데 돔으로 둘러싸여서인지 심리적으로 가파르게 보이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러나 훌리건 등 사고가 많은 영국 경기장의 상한선이 35도 경사인데 스페인 프로축구 바르셀로나 경기장과 비교하면 고척돔이 높은 것은 아니다"면서 "계단을 형광색으로 칠하고 난간을 1m50으로 높이는 등 조치를 취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문제가 제기된 이후 약속한 조치 사항을 모두 이행했다"면서 "예산 등 녹록치 않은 상황이지만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개선을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국 최초의 돔구장인 고척스카이돔. 그러나 아직 경기장 곳곳에서 식당과 매점 등 편의 시설을 위한 공사가 한창이다. 본격적인 '돔구장 시대'를 만끽하기 위해서는 '교통 지옥'이라고 불리는 주변의 체증을 견뎌낼 만큼의 인내심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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