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옥은 최근 자신이 출연하는 JTBC '차이나는 도올' 녹화 현장에서 "이 사건(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이 많다"며 "인간의 노력으로 쌓아 올린 문명·문화 세계에 관한 굉장한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도올이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에서 찾은 5가지 의미는 △우리가 무한하다고 믿었던 바둑의 수가 한정 돼 있으며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은 바둑으로 볼 수 없다는 것 △이번 빅이벤트 뒤에 숨은 진짜 의도를 파악해야 하며 △알파고와 같은 뛰어난 기술도 인간의 문명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것 △ 알파고가 이세돌을 대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도올은 "바둑이 무한에 가깝다는 것은 인간의 감정까지 고려했을 때의 얘기다. 기계적으로 보자면 바둑의 수는 한정돼 있다"며 "엄청나게 많은 수가 있지만, 결국은 유한적인 것. 유한의 세계에서는 계산 능력이 뛰어난 기계가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다"라고 평가했다.
"바둑이란, 수와 수 사이에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감정까지 모두 포함돼야 진정한 의미의 바둑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도올의 생각이다.
그는 "바둑은 근본적으로 인간과 인간이 마주앉아 둬야 바둑이다. 인간과 인간이 호흡하면서 실수도 오가고, 감정도 오가야 진짜 바둑 인 것"이라며 "따라서 기계와 인간이 경쟁하는 것은 바둑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인간과 기계가 마주앉아 바둑을 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도올은 이번 빅이벤트 뒤에 숨은 의도로 '정보사회 제국주의'를 꼽았다.
김용옥은 "우리는 이번 이벤트를 대하며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 '인간의 노력에 의해 이룩하는 모든 것들을 인공지능이 대신할 수 있다. 더 낫다'라는 주장을 마주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이번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 이벤트 이면에는 일종의 정보사회 제국주의가 숨어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도올은 알파고의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인간의 가치와는 뚜렷하게 선을 긋고 있는 것이다.
그는 "알파고는 여태까지 최고수의 기사들이 범접치 못했던 세계에 접근했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기계와 인간이 대결해서 '진다, 이긴다'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의 영역은 우리 인간 스스로 확보해야 한다. 인간 문명을 가지고 놀고 싶어서 벌이는 장난에 근본적으로 당하면 안 된다"라며 "인공지능이라는 것도 어디까지나 인간이 만든 것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판단 능력을 따라왔다 말하지만, 결국 알파고는 새로운 인격체는 아니다. 인간이 만든 산물일 뿐, 실체가 없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바둑이란, 인간과 인간이 교감하며 두는 것이다. 이건 기계가 할 수 없다. 앞으로 사방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프로그램 나올 것이다. 그래서 또 바둑 프로그램이 개발 된다면 기계들끼리 수 경쟁을 하면 된다"며 "이것은 바둑판에서 독특한 정보 교환의 방식일 뿐, 인간의 모든 걸 대신할 수 없다. 결코 알파고가 이세돌을 대신할 수 있는 게 아니란 말이다. 전혀 차원이 다른 것"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