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 성적표가 전북이라면 또 말이 달라진다.
K리그 클래식을 2연패 한 전북은 올해 3연패와 함께 ACL 우승에 도전하기 위해 전력을 대폭 강화했다. 새 외국인 선수 파탈루와 로페즈를 영입했고, 국가대표 장신 공격수 김신욱을 비롯해 고무열, 이종호 등 국내 선수들도 데려왔다. K리그 클래식 최강을 넘어 더블 스쿼드를 꾸릴 정도의 선수층이다.
그런데 아직 경기 내용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특히 약체로 평가됐던 빈즈엉(베트남)과 ACL E조 3차전에서도 밀집 수비를 뚫는 데 고전했다. 전반 41분 로페즈, 후반 46분 이동국의 골로 2-0 승리를 거뒀지만, 다소 답답한 경기력이었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시간'이다.
최강희 감독은 "홈에서 경기를 이기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내용도 중요하다"면서 "이기고도 만족할 결과를 못 얻었다. 다 같이 노력하고 있고, 능력이 있는 선수들이다.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라고 말했다.
◇새 얼굴 가득한 라인업 "손발 맞출 시간이 필요하다"
일단 빈즈엉전 출전 명단을 살펴보자. 고무열과 이종호, 로페즈, 파탈루, 그리고 중앙 수비수 임종은과 최규백은 지난해 전북 소속이 아니었다. 교체 투입된 김신욱 역시 마찬가지다. 교체 3명을 포함한 14명 출전 선수 가운데 절반이 새 얼굴이었다.
서로의 플레이 스타일을 이해하고, 그에 맞춰 움직이기에는 겨울 동계훈련 만으로 부족했다. 김신욱, 파탈루의 경우 2월 전북 유니폼을 입었다.
빈즈엉전에서도 그런 약점이 드러났다.
이동국, 김신욱이라는 걸출한 중앙 공격수가 있음에도 정확한 크로스가 올라오지 않았다. 박원재, 김창수 좌우 측면 수비수가 부지런히 뛰었지만, 공격수 바로 뒤를 받쳐주는 선수들의 성향 때문이었다.
최강희 감독은 "고무열도 안쪽으로 치고 들어가면서 하는 세밀한 플레이를 좋아한다. 그런데 너무 수비가 밀집된 탓에 패스 미스가 많았다. 박원재가 돌아나가는 좋은 장면이 많았는데 자꾸 안쪽으로 만들다가 경기가 안 풀렸다"면서 "크로스 능력이 전체적으로 떨어지는 것이 맞다. 훈련으로 극복해야 한다. 선수들 호흡을 더 맞춰야 하는데 경기를 하면서 좋아질 것이라 믿는다"고 설명했다.
전북은 ACL, K리그 클래식 4경기를 소화하면서 단 한 번도 같은 선발 라이업을 짠 적이 없다. 4경기를 모두 선발로 나선 선수는 이재성과 김창수, 그리고 골키퍼 권순태 3명이 전부다. 실전 만큼 좋은 훈련이 없기에 다소 아쉬운 장면이다.
물론 체력적인 문제도 있다. 하지만 많은 선수들을 모두 활용해야 하는 고민도 있다.
최강희 감독은 "조합을 찾는 것보다 고민하는 부분이 공격 2선에서 경기에 나가야 할 선수가 많다. 경기를 나눠서 뛰지 않으면 분명 선수들 동기 유발이 어렵다"면서 "조직력이나, 선수들 융화를 생각하면 어느 정도 베스트 11을 만들어 가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좀 어렵다"고 말했다.
이 문제 역시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다. 경기를 번갈아 뛰면서도 손발이 척척 맞는다면 이보다 무서운 것은 없다.
최강희 감독도 "능력이 있는 선수들이라 팀에 적응만 해준다면 어떤 선수가 나가도 자기 역할을 할 수 있다. 상대에 따라 유연하게 이길 수 있는 경기를 할 수 있다"면서 "울산전(20일)이 끝나면 휴식기가 조금 있다. 이후 5월까지 경기가 이어지는데 그런 부분은 경기를 통해서 더 좋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