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어린이집 리베이트 비밀장부 나왔다

부산지역 어린이집·유치원 50여 곳 명시, 가격 부풀려 납품한 뒤 차액 돌려 줘

부산지역 어린이집과 유치원 수십 곳의 교구 납품 비리(CBS노컷뉴스 3월 14일자 '경찰, 부산지역 어린이집 교구 납품비리 광범위 수사')를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교구 납품업체가 작성한 금품 리베이트 비밀장부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구 납품업체와 어린이집·유치원이 뒷거래를 통해 리베이트를 주고 받은 정황이 드러난 것인데, 그 부담은 결국 학부모들에게 돌아갔다는 지적이다.

부산진경찰서는 지난 1월 부산의 A 교구 납품업체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A사가 지역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제공한 리베이트 내역이 담긴 장부를 확보했다.

장부에는 A사가 거래하는 지역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건넨 3년 치 금품 리베이트 내역이 적혀 있다.


A사가 교사를 파견하는 특별활동 수업비나 교보재 납품가를 부풀려 납품한 뒤 그 차액을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돌려주는 식인데, 장부에는 돈이 전달된 날짜와 금액이 명시되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3년 동안 전달된 돈은 작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이 부풀려져 납품된 특별활동이나 교보재를 온라인을 통해 정상 결재해 근거를 남긴 뒤 현금으로 차액을 주고받은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사실상 납품 뒷거래를 통해 업체가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금품 리베이트를 한 것이다.

해당장부에 적힌 지역 어린이집과 유치원만 50곳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공립 어린이집은 물론 원생이 200명이 넘는 대형 유치원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지난달부터 장부에 거론된 어린이집과 유치원 원장들을 잇따라 불러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있다.

수사 선상에 오른 어린이집과 유치원 중 일부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경찰은 장부가 나온 이상 혐의 입증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업체 대표 한 명이 작성한 것이 아니라 직원을 비롯해 여러 명이 수기로 작성한 장부다"며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특활비와 교보재 비용 중 상당수는 학부모들에게 바로 청구된다.

이 때문에 경찰이 수사 중인 비밀 장부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해당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는 학부모들의 반발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사법처리와는 별개로 원 자격 정지 등의 행정처분도 잇따를 것으로 전망돼 새학기 지역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혼란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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