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훈 "인간 이세돌에 눈물…하늘이 내려준 사람"

가수 김장훈.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마지막 승부는 인공지능 알파고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는 어느 때보다 만만치 않은 대국을 벌였다. 이세돌 9단은 끝까지 알파고의 뒤를 쫓았지만 집 차이를 줄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모두가 그랬듯이 아마추어 5단인 가수 김장훈은 이 '세기의 대결'을 숨 죽이고 지켜봤다. 가장 중요한 1국에 이어 15일 열린 5국에서도 유창혁 9단과 함께 해설자로 나섰다. 5국 해설을 앞두고는 지난 대국을 분석하느라 밤까지 샜다.

이제 막 해설을 마친 김장훈과 두 번째 인터뷰를 가졌다. 다음은 김장훈과의 일문일답.

▶ 1국에 이어 5국 해설을 맡았다. 처음과 마지막에서 달라진 이세돌 9단을 느꼈나?

= 감을 잡았다. 이제 이세돌 9단이 자기 바둑을 두더라. 처음에는 기계라는 것을 너무 의식한 것 같다. 이상한 변칙수가 나오니까 당황했었다. 지금은 감을 잡았다. 오늘이 1국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1국은 정말 이세돌 9단의 바둑이 아니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세돌 9단이 알파고보다 학습 속도가 더 빠른 것이 아닌가 싶다.

▶ 그렇다면 1국부터 5국까지 알파고의 바둑은 어떻게 평가하나?

= 프로 기사들은 일반적으로 80~90점 정도의 수를 두는 것 같다. 그런데 알파고는 100점 아니면 10점이다. 그런데 10점을 한 번 둬도 그것과 관계없이 계속 100점 짜리를 두니까…. 4국에서는 정말 많이 져서 돌을 던진 것 같다. 본인이 불리한 상태에서 이기는 길을 찾으려는데 안 찾아지면 오류 같은 수가 나더라. 가치망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더 봐야 할 것 같은데 너무 경우의 수를 좁혀 놓은 느낌이다. 어쨌든 오늘은 초읽기에 몰릴 정도로 굉장히 느렸다.


▶ 4국 이야기를 안할 수가 없다. 김장훈에게 이번 4국은 어떤 의미로 다가왔나?

= 인류의 공익에 기여하는 한 판이었다. 승패에 관계 없이 큰 것을 봐야 한다. 4국에서 알파고는 버그에 가까운 오류를 냈다. 그래서 인공지능에 오류가 났을 때 대책이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아직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할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에게 인공지능에 대한 경각심을 준 셈이다.

▶ 구글이 일부러 '졌다'고 하는 음모론도 있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 만약 그랬다면 자신의 위신을 세워 반집으로 졌을 것이다. 알파고의 치명적인 오류는 인공지능 업계에 찬물을 끼얹었다.

▶ 어쨌든 이번 대국의 최대 수혜자는 '구글'이다. 계속해서 인공지능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는데 한국이 얻는 것도 있다고 생각하나?

= 그들이 마케팅을 잘해서 얻게 된 성과를 비난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이 승부에 관심을 가질 때 제 수읽기는 구글이 아닌 한국이 최대 수혜자가 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혜택을 봤다. 여론이 조성돼 사람들도, 정부도 인공지능에 관심 가졌다. 전 세계가 우리를 주목하기도 했다. 아마 스타크래프트를 하게 되면 임요환 정도의 프로그래머와 하게 될 텐데 한국인이 두뇌 스포츠를 잘한다는 인식이 생겨날 것이다. 국가 브랜드 차원에서는 좋다.

▶ 바둑계에서도 여러 가지 변화가 일어날 것 같다. 바둑 애호가로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 물론 바둑 붐이 일어나 보급이 확대될 것 같다. 요즘 흉흉한 범죄들이 많은데 바둑은 아이큐나 이큐뿐 아니라 인성에도 굉장히 좋다. 알파고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는 주입식 교육 때문에 남들과 다른 것을 했을 때 손가락질 당한다. 그런데 알파고라는 인공지능이 변칙에서 이뤄내는 승부를 봤을 때, '이럴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 1국이 해설이 끝나고 나서는 5국에서 말을 많이 하지 않겠다고 했었다. 두 번에 걸친 스스로의 해설을 평가한다면 어떤가?

= 오늘 더 까분 것 같은데? 유창혁 9단이 나중에는 자기가 '나갈 것 같다'고 하더라. (웃음) 물론 호불호가 있을 것이라는 건 알지만 최대한 재밌게, 바둑을 잘 모르는 시청자들에게 초점을 맞췄다. 오늘 중계가 많았는데 사실 바둑을 잘 아는 시청자들에게는 선택권이 많다. 프로 기사들 해설을 보면 된다. 한 마디로 알파고 같은 해설이었다. 제 정책망에는 바둑을 잘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이 함께 걸렸지만 가치망은 모르는 사람들을 선택했다.

▶ 5국까지 승부를 포기하지 않은 이세돌 9단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 잘 끝냈고, 이제 사람과 재밌게 뒀으면 좋겠다. 마지막 대국은 이기는 바둑을 잘 뒀는데 굉장히 아쉬워하더라. 사실 공항에서 이세돌 9단 가족들을 만났는데 일이 이상하게 커져서 '인류 대표'가 되어 있는 것에 대해 굉장히 걱정했었다. 만약 이번 대국이 5대 0으로 끝났다면 굉장히 무기력해질 수도 있었다. 4국에서 이기고 나니까 눈물이 확 났다. 정말 인간 이세돌에 대한 애정 때문에…. 실력도 실력이지만 정말 하늘이 내려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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