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카이돔 첫 공식 경기는 이날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국가대표팀과 쿠바의 평가전이 두 차례 열린 바 있다. 또 고교 졸업생과 재학생이 함께 하는 '야구대제전'도 열렸다.
그러나 KBO 리그, 즉 프로야구 경기는 이날이 처음이었다. 시범경기라고 하지만 엄연히 기록이 남는다.
현장의 관심은 일단 '돔구장 적응' 문제였다. 지금까지 천장이 있는 구장 경험이 없는 만큼 선수들이 얼마나 잘 적응하느냐가 관건이었다. 특히 뜬공 처리에 대한 걱정이 적잖았다.
서건창과 박동원 등 넥센 선수들은 이미 고척돔 훈련에서 뜬공 처리의 어려움을 호소한 바 있다. 공이 하얀 천정이나 기둥에 겹쳤을 때 궤적을 시야에서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외야수 이택근은 "외야는 그런 대로 괜찮은데 내야수들이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홍원기 넥센 코치도 "내야수들 뒤로 넘어가는 높이 뜬공은 어렵다고 하더라"고 거들었다.
이날 처음 고척돔에서 수비 훈련을 소화한 SK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외야수 김강민은 "실전을 해봐야 알겠지만 일단 큰 불편은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포수 이재원은 "넥센 선수들에게 들었지만 뜬공 타구의 궤적을 놓칠 것 같다"고 걱정했다.
실전에서도 선수들은 첫 돔구장 경기에 다소 고전했다. SK 좌익수 이명기는 2회 김하성의 큼직한 타구를 담장 앞에서 포구하려다 타구가 글러브를 맞고 튀어 3루타를 허용했다.
5회 넥센 좌익수 고종욱은 최정의 평범한 뜬공을 간신히 잡아냈다. 타구가 높이 뜨면서 천정에 겹쳐 시야에서 사라진 때문이었다. 6회 넥센 중견수 임병욱도 이재원의 좌중간 타구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담장 직격 3루타를 내줬다.
이런 가운데 김강민은 고척돔 1호 홈런의 주인공이 됐다. 1-2로 뒤진 4회 2사 만루에서 김강민은 넥센 두 번째 투수 하영민의 3구째 직구를 받아쳐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1호 홈런을 무려 그랜드슬램으로 장식했다. 경기에서는 SK가 6-4로 이겼다.
양 팀 사령탑은 어차피 선수들이 이겨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공을 잡기 어렵다는 건 선수들이 아직 경험해보지 않아 나오는 말인 것 같다"면서 "돈을 받고 뛰는 선수라면 뜬공은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김용희 SK 감독도 "1995년 도쿄돔에서 한일 슈퍼시리즈를 할 때도 선수들이 천장 때문에 힘들어 했다"면서 "프로라면 어차피 적응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돔에서 처음으로 열렸던 첫 KBO 경기. 3541명 올 시즌 주중 시범경기 최다 관중이 몰리며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그러나 일단 선수들이 적응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