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연합보(聯合報)는 지난달 중순 성인 1천19명을 대상으로 국가 및 민족 정체성에 대해 전화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자신을 '대만인'으로 여기는 사람이 73%로 지난 20년간의 역대 조사에서 가장 높은 수치로 나타났다고 15일 보도했다.
1996년 첫 조사에서 44%에 불과했던 이 같은 '대만인'으로서 정체성 인식은 2006년 55%에 이어 올해 73%까지 늘어났다. 특히 대만독립 성향이 강한 20대의 '대만인'으로서 정체성 인식은 85%에 달했다.
반면 쯔위가 대만 국기를 흔든 뒤 사과 영상을 통해 밝혔던 '나는 중국인'이라는 응답안에는 11%만이 동의했다. 20년전 31%, 10년전 20%에 이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나머지 10%는 '대만인이기도, 중국인이기도 하다'는 답변에 공감을 표했고 1%만이 '대만인은 곧 중국인'이라고 답안에 동의했다.
쯔위 사건이 양안(兩岸·중국과 대만)간 논쟁으로 번지며 상당수 대만 사람들이 '하나의 중국' 원칙의 모순성을 깨닫고 대만독립 성향의 민진당 출신 차이잉원(蔡英文) 총통후보에게 표를 몰아준 것과도 관련이 있다.
이에 따라 양안 정책과 관련해 46%의 응답자가 '영구 현상유지'를 주장하며 차이 총통 당선인의 입장에 공감을 표시했다.
1998년 18%에 불과했던 현상유지론은 2003년 35%, 2010년 50%를 넘은 뒤 작년에는 55%로 정점을 찍었다가 올해는 주춤하는 경향을 보였다.
현상유지론이 다소 퇴조한 대신 독립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커졌다. 조속한 독립을 주장하는 급진 독립파는 19%로 2003년 총통선거 5개월 전에 한 조사 때의 기록과 같은 수치로 늘어났고, 또 '선(先) 현상유지 후(後) 독립'을 요구하는 온건 독립파도 17%에 달했다.
이와 달리 '중국 대륙을 수복해 통일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격감했다. 8%가 '선 현상유지, 후 통일'론에 찬성했고 4%만이 '서둘러 통일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을 뿐이었다.
대만독립 노선을 추구할 경우 어떤 대가를 감수할 수 있겠느냐는 질의(복수응답)에는 중국 관광객의 감소까지는 받아들일 수 있다는 답변이 43%에 이르렀고 대만과의 수교국 감소와 중국과의 무력충돌도 용인한다는 응답이 각각 21%였다.
16%는 중국의 경제봉쇄로 인한 출혈도 감수할 용의가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23%는 굳이 이런 대가를 치르면서까지 대만독립을 추진해야 할 필요가 없다고 응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