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9단은 지난 13일 4국에서 알파고를 상대로 180수만에 백 불계승을 거뒀다. 3연패에도 포기하지 않고 이뤄낸 빛나는 1승이었다.
이대로 '4연승을 이어갈 것'같았던 알파고가 이 9단에 일격을 당한 것은 이 9단의 승부수에 압박을 당하면서 확률 계산에서 실수를 저지른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특히 이 9단의 78수는 '신의 한 수'로 꼽힌다. 1202대의 슈퍼컴퓨터도 인간을 당해내지 못한 순간이었다.
예상치 못한 수에 알파고는 '당황'했고 이해할 수 없는 수를 남발했다. 인간이 아닌 알파고의 인간같은 실수였다. 엉뚱한 수는 83부터 97까지 이어졌다. 인공지능의 한계를 확인케해준 '이세돌만의, 이세돌다운 한 수' 였다.
알파고의 실수를 놓칠 이 9단이 아니다. 결코 방심하지 않고, 흔들리지 않으면서 백92로 흑집 속에서 확실한 승기를 잡았다. 이어 오른쪽에서 백집을 크게 내고, 큰 집이었던 위쪽 흑집을 깨뜨리며 우세를 굳혔다. 알파고는 돌을 던졌고 이 9단은 4번만에 알파고의 벽을 넘어섰다.
이 9단은 이날 마지막 5국에서 흑돌을 잡고 알파고 사냥에 나선다. 그는 약점을 파악한만큼 '흑'이 '백'보다 불리함에도 승부사 기질을 발휘해 반드시 이기겠다는 각오다.
이 9단은 이어 알파고의 아버지 구글 딥마인드 데이스 하사비스에게 "돌갈이 할 때 미리 백을 입력해둬라"고 '흑돌'을 못박아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