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 청산하는 김종인, 총선에 약될까 독될까?

"현 지도부 희생 않는데 무슨 감동" 반발도…"친노반발 곧 사그라들 것"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 친노 좌장 이해찬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14일 친노 좌장 이해찬 의원을 컷오프시키면서 이른바 '친노 패권주의 청산'의 정점을 찍었다.


◇ 친노세력 줄줄이 공천 칼바람에 쓰러져

김 대표가 휘두른 공천 칼바람에 문희상, 유인태, 김현, 정청래 의원 등이 줄줄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진데 이어 좌장 이해찬 의원까지 칼날을 비켜가지 못했다.

여기에 친노인 노영민 의원은 불출마 선언을 했고, 범친노 성향의 이미경, 강기정, 전병헌, 오영식 의원 등도 공천 배제되면서 더민주는 공천을 통해 주류세력이 대거 교체됐다.

문재인 전 대표는 자신이 데려온 구원투수에 의해 칼을 맞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김종인 대표가 이렇게 이해찬 의원 등을 과감하게 내치고 있는 것은 중도층을 공략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김성수 대변인은 "선거구도 전체를 놓고 고심해서 내린 정치적 결단"이라면서 "총선 승리를 위한 어떤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이 의원도 충분히 이해하실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친노'를 잘라냄으로써 개혁 의지를 드러내고 중도연합의 효과를 보려는 김종인 대표의 노림수란 의미다.

한 비대위원도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는 반대 의견도 있었지만 총선 승리를 위해선 담대하게 가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었다"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운데), 이종걸 원내대표(오른쪽)와 비대위 위원들이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앞서 D-30 총선 필승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 "현 지도부는 어떤 희생을 보였느냐?" 강력 반발

당장 친노측의 불만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일부 정통 야권지지층도 정청래·이해찬 의원에 대한 컷오프에 반발하는 모습이다.

친노성향의 더민주 관계자는 "특정 세력을 겨냥해 공천배제를 하는 것이 어떻게 납득이 되겠냐"면서 "탈당 행렬이 이어질 때 등 당이 어려울 때 당을 지켰지만 돌아오는 것은 김 대표의 칼날 뿐"이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다른 한 관계자는 "현 지도부는 모두 단수공천 및 전략공천을 받고, 심지어 김종인 대표는 비례대표 불출마 선언을 하지도 않는 등 희생과 헌신을 하지 않은 채 피바람을 일으키는데 무슨 감동이 있겠느냐"고 강력히 반발했다.

친노성향의 한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정무적인 판단을 했다는데, 보수세력들이 말한 프레임대로 당을 흔들었던 세력의 뜻을 결국 관철시킨 것"이라고 비판했다.

친노 성향의 최재성 의원은 지난 1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보이지 않는 손'을 언급하며 김 대표에게 날을 세웠다. 김광진 의원은 이 의원 컷오프가 발표된 뒤 "필리버스터 정국의 열망을 허망하게 무너뜨리더니 정청래 의원의 컷오프로 지지자를 안티로 돌리고는 오늘 다시 이해찬 의원의 컷오프로 그나마 억지로 억지로 참고 있던 당원들을 손 털게 만드는"이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김종인발 공천 칼바람에 깊은 침묵 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한 측근은 "문 전 대표가 지금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고 문 전 대표의 깊은 고심을 대변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당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자료사진)
◇ 김종인의 실험, 총선 약되나 독되나

친노 청산으로 대표되는 김종인 대표의 시도가 총선 전략으로서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핵심 지지층이 이탈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민주의 선거 전략통인 서울지역의 한 후보자는 "'이해찬 의원의 공천배제는 결국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정체성을 부정하는 셈인데, 더민주의 핵심 지지층을 이탈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반면에 핵심 지지층의 반발이나 이탈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친노 세력 입장에서도 세대교체가 필요한 상황이었다"면서 "김종인 대표가 가진 특정 세력이 없어 '세력과 세력'간 다툼이 아니니, 순간 친노세력이 반발할 수 있지만 곧 사그러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이번 총선에서 김 대표가 좋은 결과를 거두지 못하면 총선 후 제2의 내분이 격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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