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일선 은행 창구에서 고객의 주요 관심사인 수수료 문제에 관해 정확한 설명이 이뤄지지 않는 등 준비 부족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기자가 이날 ISA 가입 상담을 위해 찾은 A은행 지점 직원은 수수료를 묻자 "예금은 0.1%, 펀드는 0.2% 정도"라고 답했다.
"펀드 수수료는 0.2%가 전부냐"고 다시 묻자 이 직원은 단말기 모니터만 이리저리 살필 뿐 답변을 하지 못했다. 결국, 이 직원은 본점 ISA 담당 부서와 통화한 뒤 "0.2%는 펀드 판매 수수료이고 운용 수수료를 더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기자가 A 은행이 ISA를 통해 판매하는 펀드별 수수료를 문의하자 이 직원의 말문은 다시 막혔다.
이 직원은 "ISA 출시를 너무 급하게 한 탓에 판매 관련 지침이 출시 첫날인 오늘 아침에야 나왔다"고 하소연했다. ISA 판매를 위한 단말기 메뉴 화면도 이날 아침 처음 보았다는 것이다.
"상세한 지침이 아직 나오지 않아 고객들께 정확한 상담을 해 드리기가 어려워 우리도 답답하다"고 이 직원은 토로했다. 이 직원은 "이는 우리 은행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다른 은행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B은행 지점 직원 역시 ISA에 들어가는 펀드의 수수료를 묻자 "0.2% 안팎"이라고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그러나 운용 수수료 등 실제로 가입자가 부담하는 총 수수료를 따지자 옆 창구 직원에게 물어보고 단말기 모니터를 살피면서도 시원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실제 펀드 수수료는 판매 수수료와 운용 수수료 등을 모두 더하면 1%를 훌쩍 넘는 것은 물론 상품에 따라 수수료가 2%를 웃돌기도 한다.
수수료가 0.2%에 불과한 줄만 알고 덜컥 펀드를 ISA에 편입했다가 나중에 낭패를 볼 가능성이 농후해 보였다.
B은행 지점 직원은 "그동안 ISA의 장점만 부각되고 가입자에게 부담이 되는 수수료 문제 등은 가려진 측면이 있다"고 인정했다.
'ISA 출시를 너무 서두른다'는 일각의 지적을 개의치 않았던 금융위원회는 출시에 앞서 'ISA 준비 T/F' 회의를 두 차례 열어 출시 준비 상황을 점검했다.
점검 결과 '별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예정대로 14일 출시가 이뤄졌을 텐데 정작 은행 창구에서 수수료조차 제대로 안내하지 못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불완전판매에 따른 소비자 피해 방지 대책 강화 등을 요구하며 ISA 출시 연기를 주장했던 금융소비자원은 '판매 즉각 중단'을 요구하며 ISA 불가입 운동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