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구 '칼잡이', 아니면 '바람잡이'?…대구 공천에서 결정

미뤄왔던 김무성 공천 결과 발표…'유승민계vs진박' 대구 공천만 남아

새누리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13일 여의도 당사에서 20개 지역구에 대한 경선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새누리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의 '칼날'이 현재까지는 그리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14일로 예상되는 대구 지역 공천 결과를 지켜봐야 이 위원장이 서슬퍼런 '칼잡이'인지 아니면 말뿐인 '바람잡이'에 불과했는지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는 경선지역 18곳과 단수추천지역 19곳, 여성 우선추천지역 3곳이 포함된 5차 공천 결과를 13일 발표했다.

5차 공천에서는 김무성 대표의 지역구 부산 중·영도를 경선지역으로 선정하는 등 그동안 미뤄왔던 당대표를 비롯한 선출직 최고위원들의 지역구 공천결과를 발표했다.

또, 친박계 좌장인 최경환 의원의 지역구인 경북 경산은 단수추천지역으로 분류돼 최 의원의 공천이 확정됐다. 홍문종·한선교 등 두명의 친박계 중진 의원 지역구는 경선지역으로 분류됐다.

이날 공천에서 눈에 띄는 점은 현역 지역구 의원인 길정우(서울 양천갑)·이이재(강원 동해·삼척) 의원 등 2명이 컷오프(공천배제)를 당한다는 점이다. 이로써 컷오프된 현역 지역구 의원은 김태환·박대동·강길부 의원 등을 포함해 모두 5명으로 늘어났다.

김태환·강길부 의원의 경우 고령인 점이, 박대동 의원은 보좌관 월급 상납 의혹이 컷오프의 이유가 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길정우·이이재 의원의 경우 뚜렷한 컷오프 이유가 나오지 않고 있다. 길 의원은 친박계, 이 의원은 유승민계로 분류된다.

그동안 김 대표를 비롯한 비박계는 '상향식 공천' 원칙에 따라 "인위적 물갈이는 없다"고 밝혀왔다는 점에서 5명에 이르는 현역 컷오프에 대해 충분히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5차 발표에 이르기까지 전체 지역구 253곳 가운데 208곳에서 공천이 이뤄진 상황에서 겨우 5명의 현역이 컷오프 된 상황을 두고 상향식 공천 원칙이 훼손됐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 (사진=자료사진)
새누리당의 한 고위 당직자는 "전체 80%가 넘는 지역에서 공천이 이뤄졌는데 5명이 컷오프됐다고 문제 삼기는 쉽지 않다"면서 "그리고 컷오프된 의원들 대부분이 그만한 사정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유승민 의원을 포함한 유승민계와 소위 진박(眞朴) 후보들이 격돌하는 대구지역 공천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가 친박계와 비박계간 공천전쟁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한구 위원장은 5차 공천 결과 발표뒤 '대구지역의 공천 결과 발표가 언제 이뤄지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내일(14일) 나올 수도 있다. 마냥 (논의만)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비박계 가운데서도 소수에 불과한 유승민계에 대해 불리한 공천 결과가 나오더라도 이미 공천이 결정된 다수의 비박계가 반발하며 집단행동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또 다른 고위 당직자는 "큰 틀에서 상향식 공천 원칙이 지켜졌고 이미 공천을 받은 상황에서 다른 의원들을 위해 몸을 던질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면서 "이 위원장과 친박계가 대구를 가장 마지막에 공천하는 이유가 바로 그런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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