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인간은 인공지능에 무너지는가"에 대한 불안을 이 9단은 13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즈 호텔에서 열린 4국에서 속 시원히 날려버렸다.
이대로 '4연승을 이어갈 것' 같았던 알파고가 이 9단에 일격을 당한 것은 이 9단의 승부수에 압박을 당하면서 확률 계산에서 실수를 저지른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이 9단의 78수는 '신의 한 수'로 꼽힌다. 1202대의 슈퍼컴퓨터도 인간을 당해내지 못한 순간이었다.
양재호 9단은 "이 9단이 두 귀를 점령하고 좌변과 우변에도 집을 마련하고 알파고는 그 사이 상변 쪽에 거대한 흑집을 만들 때 백40으로 상변 흑집 깨기에 돌입하는 이 9단의 공격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작전에 알파고가 10만 가지 경우의 수로 노련하게 대처하면서 이때까지만 해도 알파고의 우세가 예상됐다.
"이 9단이 불리하다", "4대국마저 알파고에게 내준다"는 예측이 나올때쯤 이번 대국의 승패를 결정한 '운명의 한 수'가 나왔다. 비좁은 흑돌 사이로 '백78'을 끼운 것은 이날 대국의 '백미'였다. 예상치 못한 수에 알파고는 '당황'했고 이해할 수 없는 수를 남발했다. 인간아닌 알파고의 인간같은 실수였다. 엉뚱한 수는 83부터 97까지 이어졌다. 인공지능의 한계를 확인케해준 '이세돌만의, 이세돌다운 한 수' 였다.
IT 전문가들은 이번 대국을 통해 "알파고가 고도의 계산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지만, 이번에는 '좋은 것을 고르지 못할 확률'을 피해가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김진형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소장은 "알파고가 지금까지는 최상의 계산을 했지만 이번 대국에서도 봤듯이 100%를 완벽하게 맞추는 게 아니라 보유중인 데이터로 '최대한 맞추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대선 공주대 의료정보학과 교수도 "알파고는 전수가 아니라 확률적으로 작업한다"면서 "90%는 좋은 후보를 걸러낼 수 있지만 10%는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알파고의 아버지'라 불리는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 대표도 알파고가 '실수'를 인정했다. 그는 경기 도중 트위터에 "알파고는 79수에서 실수를 했다. 하지만, 알파고는 87수가 돼서야 그 실수를 알아챘다"는 말을 남겼다.
경기 직후 기자회견장을 그는 "얼마나 이 9단이 어마어마한 기사인지 보여준 것"이라며 진심으로 축하를 전하면서도 "대국에서 알파고 본인이 우세했다고 추정값을 냈는데, 이 9단이 묘수로 응수했고, 복잡한 형세에 기인해 알파고가 실수한 국면이 이뤄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