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세계최강 이세돌 9단을 파죽지세로 꺾은 인공지능(AI) 알파고 소식에 택시기사 강교원(58)씨가 허탈하게 말했다.
그는 "AI의 발달로 택시기사들도 사라진다면, 이제 뭐 할 일도 없고… 그러다 보면 나약해지고, 꿈도 없고, 희망도 없는 시대가 되겠죠"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머지않은 미래에 자신의 직업이 없어질 수 있다는 데 대해 버스기사 이용선(57)씨도 마음이 무거워진다.
"기계가 모든 일을 하면서 인간의 자리가 사라진다면, 글쎄요… 의욕이 없어지고, 내가 왜 먹고살아야 하는지 등에 대한 고민이 들 것 같아요."
전문직인 펀드매니저들도 AI의 발달이 두렵기는 마찬가지다.
A증권 펀드매니저 정모(34)씨는 "최근 '로보어드바이저'(robot과 advisor의 합성어)의 발달이 수익률을 높이고 있다"며 "앞으로 더 설자리가 없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B증권 조모(33) 펀드매니저도 "감정을 배제한 로봇이 더 나은 판단할 가능성이 많다"고 씁쓸해했다.
세무사 서형식(48)씨는 "신용카드 내역 등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는 세상에서 AI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며 "인간의 판단 영역이 남아있긴 하겠지만, 80%정도는 기계에 의해 잠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3일 이세돌 9단이 알파고를 상대로 신승(辛勝)을 거두긴 했지만, AI의 충격파는 이미 바둑판의 영역을 뛰어넘고 있는 상황.
예상을 뛰어넘는 AI의 학습능력과 판단능력 앞에 사람들은 놀라움보다 공포에 가까운 감정을 느끼며, 당장 내 직업이 곧 사라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 내 직업은 안전할까?…옥스퍼드가 전망한 '사라질 직업'
앞서 영국 옥스퍼드 대학이 지난 2013년 발표한 보고서 '우리의 직업을 얼마나 컴퓨터에 내줄 것인가?'(the future of employment: how susceptible are jobs to computerisation?)에 따르면, 미국 702개 직업 중 47%에 가까운 직업이 사라질 전망이다.
특히 텔레마케터, 세무사, 은행원, 택시기사 등의 직업이 사라질 확률은 98%가 넘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음은 옥스퍼드 대학 연구진이 발표한 '사라질 직업' 리스트.
1. 텔레마케터(사라질 확률 99%)
2. 세무사(99%)
3. 대출 상담원(98%)
4. 신용평가사(98%)
5. 요리사(96%)
6. 여행 가이드(91%)
7. 택시기사(89%)
8. 부동산중개업자(86%)
9. 바텐더(77%)
10. 개인 자산운용사(58%)
전문가들은 AI의 미래에 대해 비슷한 전망을 하면서도 각기 다른 대책을 내놓고 있다.
중앙대 사회학과 이병훈 교수는 "이번 대결은 인간의 가장 마지막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기획이나 분석, 판단, 선택, 해석 등의 영역에서 AI가 대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라며 "이런 지능적 영역에서도 AI가 인간을 뛰어넘을 경우, '노동의 종말'이라는 극단적인 형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성균관대 철학과 이종관 교수도 "이런 추세라면, 틀림없이 AI에 의해 인간이 잠식되는 세상이 올 것"이라면서 "AI와 인간이 공생 관계로 가는 방향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마약도 사회의 통제 아래 인류에 기여한 측면이 있듯이 사회적 합의를 통한 통제가 중요하다"며 "AI와 인간의 상호관계 등 새로운 연구 분야를 개척해 포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세대 컴퓨터과학과 조성배 교수는 "AI의 발달로 인한 인간의 직업 상실 문제는 당연한 순서"라면서 "오히려 이런 태세를 활용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