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훈수꾼' 논란 어떤가"…프로기사들에게 물었다

정보 격차 등 '불공정 게임' 비판에 대해 바둑계 "승패는 겸허하게"

13일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이세돌 9단과 구글 인공지능(AI) 알파고의 제4국이 펼쳐지고 있다. (사진=한국기원 제공)
프로바둑기사 이세돌 9단이 13일 서울 광화문에 있는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바둑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제4국에서 대망의 첫 승을 거뒀다.


앞서 '알파고'가 프로바둑기사 이세돌 9단에게 잇달아 패배를 안기는 와중에, 대국장 밖에서는 "불공정한 게임"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프로바둑기사들은 어떠한 의견을 갖고 있을까.

최근 법조계·정보통신(IT) 업계 등을 중심으로 이세돌 9단이 알파고의 최근 기보 등 정보를 얻지 못했다는 점, 알파고가 CPU(컴퓨터 중앙처리장치) 1202개·GPU(그래픽처리장치) 176개를 탑재했다는 점 등을 들며, 이 9단에게 극도로 불리한 대국 환경이 빚어졌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국 바둑사상 프로 통산 첫 1000승이라는 대기록을 쓴 서봉수 9단은 "그러한 경기 외적인 논란은 이야기할 필요도 없다"고 일축했다.

프로바둑기사들은 승부사로서 경기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자세를 미덕으로 삼는다.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패한 뒤 가진 기자회견마다 "패배를 인정한다"고 말해 온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차영구 한국기원 홍보부장은 "내부적으로 '불공정 게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라며 "프로바둑기사들은 승부에서 지면 '유구무언'이라고 해 일체 변명을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어 "바둑기사들 사이에서는 이번 대결의 승패는 결정났지만, 알파고가 완벽한 것도 아니고 약점을 찾아가는 단계인 만큼, 이세돌 9단이 부담 없이 두다 보면 이길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경기가 진행 중인 만큼 승부 외적인 이야기가 대국의 의미를 흐리는 느낌이라는 생각들"이라고 설명했다.

차 부장은 "현재 IT업계 전문가 등을 중심으로 논란이 나오고는 있지만,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대국이 모두 끝난 뒤 바둑기사들 사이에서 얘기가 나올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10일 제2국이 끝난 뒤 이세돌 9단은 동료 기사들과 함께 알파고에게 패한 경기를 복기했다. 당시 함께한 이다혜 4단은 "개인적으로는 이세돌 9단이 알파고의 최신 기보를 보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지만, 대국 자체가 불공정한 것인지는 모르겠다"며 "이세돌 9단 역시 본인의 패배를 깔끔하게 인정하는 '대인배' 스타일인 만큼 대국 자체에는 어떤 불만도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마찬가지로 이세돌 9단의 복기를 도운 홍민표 9단도 "불공정 게임이라는 말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외부에서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할 수는 있어도 승부사는 승부를 깨끗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우리 입장은 승부를 겸허하게 받아들일 뿐, 어떠한 반론이나 변명도 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9단은 오히려 "이번 대국을 바둑계가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어쩌면 우리가 그동안 고정관념 안에 사로잡혀 틀을 깨지 못하고 있었다면, 이번 기회는 그 바둑의 틀을 깰 수 있는 좋은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 이 점에서 알파고라는 경이로운 프로그램을 만든 구글 측에 감사를 드린다"며 "젊은 기사들의 경우 알파고를 넘고 싶은 목표를 잡는 등 새로운 도전을 위한 에너지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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