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는 12일(한국 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센추리 링크 스포츠 컴플렉스에서 열린 마이애미와 시범경기에 6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해 1점 홈런을 터뜨렸다. 1-3으로 뒤진 4회 상대 우완 안드레 리엔조의 5구째를 받아쳐 왼쪽 담장을 넘겼다.
벌써 시범경기 3호 아치다. 7일 탬파베이전에서 데뷔 첫 홈런을 그랜드슬램을 터뜨리고 9일 토론토전에서 2경기 연속포를 날린 뒤 3일 만이다.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전체 홈런 공동 2위다. 홈런 1위 마이켈 프랑코(필라델피아)에 1개 차다. AL에서는 당당히 공동 1위다. KBO 리그 최초의 4년 연속 홈런-타점왕이자 2년 연속 50홈런 이상의 괴력을 확인했다.
특히 이날은 MLB 통산 홈런 1위(762개)의 배리 본즈(52)도 박병호의 경기를 봤다. 본즈는 은퇴 후 마이애미 타격코치로 9년 만에 그라운드 현장에 복귀했다.
넥센 시절 박병호가 팬들로부터 얻은 별명은 '목동 본즈'. 홈인 목동구장에서만큼은 본즈처럼 홈런을 펑펑 날렸던 까닭이었다. 구장 특성상 홈런이 양산되는 목동의 이점을 등에 업었다며 비아냥대는 팬들도 있었지만 '박병호=홈런'이라는 인식을 확실하게 심어준 별명이었다.
▲"박찬호처럼 韓 타자 ML 진출 선구자 돼야"
과연 목동 본즈를 진짜 본즈는 어떻게 봤을까. 미네소타 지역 언론 '파이오니어 프레스'는 이날 본즈와 박병호의 조우에 주목했다.
경기 전 박병호는 본즈가 경기를 본다는 말에 "배리 본즈가 여기 왔느냐"고 물었고, 본즈는 박병호를 두고 "신인인가? 어디 한번 지켜보자"고 호기심을 드러냈다. 이후 목동 본즈는 진짜 본즈가 지켜보는 앞에서 홈런을 때려냈다.
일단 본즈는 MLB 대선배답게 박병호의 성공을 바랐다. 본즈는 "한국 선수들이 미국에서 경기할 기회를 얻는 건 좋은 일"이라면서 "먼저 성공을 거둔 선수는 뒤따라오는 선수들에게 문을 열어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박찬호가 한국 투수들에게 문을 열어줬고, (박병호는) 타자들에게 문을 열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본즈는 2001년 샌프란시스코 시절 LA 다저스의 박찬호를 상대로 역대 한 시즌 최다 신기록인 71, 72호 홈런을 날린 바 있다.
본즈는 이어 "(박병호에 앞서) 최희섭이 한국인 타자로 MLB에서 뛰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본즈는 "그(최희섭)에게 가서 직접 물어보라"면서 "나는 9년 동안 현장을 떠나 있었고, 현역 시절 태어나지도 않은 선수들이 뛰고 있는데 어쩌면 그들을 리틀 리그 월드시리즈에서 봤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