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산 백화점 수제초콜릿…알고보니 베트남산

농관원, 8개 유명 수제초콜릿 제조업체 적발

국내 호텔과 백화점에서 비싼 가격에 판매되는 유럽산 수제 초콜릿 가운데 상당수가 가짜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수제 초콜릿은 베트남산 초콜릿 원료를 마치 벨기에와 프랑스 등 유럽에서 수입한 것처럼 원산지를 속여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하 농관원)이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유명 백화점과 인터넷 등을 통해 판매되는 선물용 수제 초콜릿의 원산지를 확인한 결과 밝혀졌다.

◇ 초콜릿 원산지 거짓표시…7개 업체 적발 11명 입건

농관원은 수제 초콜릿의 원산지를 거짓표시해 판매한 8개 업체를 적발하고 관련자 11명을 입건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들 업체는 베트남산 초콜릿을 벨기에와 프랑스 등 유럽산 초콜릿과 혼합해 수제 초콜릿을 만든 후 모든 초콜릿 원료가 유럽산인 것처럼 속여 비싼 가격에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A업체(경기도 파주)는 베트남산 초콜릿과 벨기에산 초콜릿을 혼합해 벨기에산으로 거짓표시하는 수법으로 지난해 1월부터 F백화점 등을 통해 1억원 어치를 판매했다.

B업체(서울 강남)는 독일산 초콜릿의 원산지를 프랑스산으로 속여 지난 2013년 12월부터 H백화점을 통해 2천만 원 어치를 판매했다.

농관원 관계자는 "벨기에와 프랑스, 스위스산 초콜릿이 값은 비싸지만 유명세 때문에 인기가 높다는 사실을 알고 가짜 초콜릿을 주로 밸런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에 집중적으로 판매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들 유럽국가에서 생산된 초콜릿은 카카오 함량이 높고 독특한 제조기술로 품질이 우수한 반면, 동남아산 초콜릿은 카카오 함량이 떨어져 저렴한 가격에 수입된다.


또한, 독일산 초콜릿의 경우도 같은 유럽국가인 벨기에와 프랑스산 보다 카카오 함량이 낮고 소비자들의 인지도와 선호도가 떨어져 저가에 수입된다.

이번에 적발된 업체들은 이처럼 저가의 초콜릿을 혼합해 1개 중량이 9~13g인 낱개 초콜릿을 7개 또는 15개들이 세트로 포장해 2만9천원~3만8천원에 판매했다.

농관원 관계자는 "순수 벨기에산 상품 초콜릿의 경우 낱개 당 가격이 4천원 정도 하는데 베트남산과 혼합할 경우 가격이 3천원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업체들이 원산지를 속여 폭리를 취했다"고 전했다.

F백화점과 G백화점에서 판매 중인 초콜릿 세트(15구)판매가 3만9천원, 베트남산 초콜릿을 혼합해 스위스산으로 거짓표시했다 적발
◇ 동남아산 초콜릿 수입 10년 사이 23배 증가

농관원이 이번에 초콜릿 원산지 단속을 벌이게 된 것은 유럽산 초콜릿에 비해 동남아산 수입물량이 급증했지만, 시중에서 동남아산으로 표시된 초콜릿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사실이 단초가 됐다.

관세청에 따르면, 벨기에와 프랑스, 스위스산 초콜릿 수입물량은 지난 2005년 1,035톤에서 지난해는 2,115톤으로 2배 증가했다.

이에 반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산 초콜릿은 2005년 161톤에서 지난해는 3,789톤으로 10년 사이에 무려 23배나 급증했다.

농관원 관계자는 "국내에선 초콜릿 원료가 생산되지 않아 전량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이렇다 보니 그동안 초콜릿 제조업체들이 원산지 표시의 중요성을 무시했던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는 초콜릿의 60% 이상이 카카오 함유량이 적은 동남아산"이라며 "값비싼 선물용 초콜릿을 구입할 경우에는 반드시 원산지 표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백화점과 호텔 등에 입점해 있는 유명 초콜릿 매장은 제조업체가 직접 운영하거나 납품하는 방식이다. 이렇다 보니, 백화점과 호텔들은 초콜릿 원산지를 확인할 수도 없고 책임도 없다는 입장이다

F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 수제 초콜릿 매장의 경우 대부분 제조업체가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판매 상품에 대해선 입점업체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농관원 관계자는 "백화점과 호텔만 믿고 값비싼 수제 초콜릿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분명 많이 있을 것"이라며 "입점업체 관리를 보다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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