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도 나쁘지 않았다. 알렉시스 합류 후 6라운드를 4승1패로 마쳤다. 알렉시스는 5경기에서 54점을 올렸다. 그 중 블로킹 득점이 15점, 서브 득점이 2점이었다. 공격으로 올린 득점은 37점. 물론 센터라는 포지션상 다른 외국인 선수들에 비해 수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약점은 드러났다.
11일 열린 현대건설과 흥국생명의 플레이오프 1차전. 조금 센 표현을 쓰자면 알렉시스는 계륵(鷄肋)이었다.
흥국생명은 올 시즌 V-리그에서 속공과 이동공격으로 재미를 많이 봤다. 속공 비중은 GS칼텍스에 이은 2위였고, 이동공격은 6개 구단 중 가장 많았다. 알렉시스가 기존 센터인 김혜진, 김수지보다 공격성공률은 조금 높다. 블로킹도 좋다. 하지만 오픈을 제외한 속공, 시간차, 이동 공격으로 올린 득점은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 알렉시스의 가세로 속공 7위, 이동공격 2위 김혜진은 자리를 잃었다.
무엇보다 센터가 첫 번째 공격 옵션이 될 수는 없다. 그동안 흥국생명의 센터 공격이 통했던 것은 테일러와 이재영이라는 쌍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알렉시스가 센터를 맡으면서 이재영 혼자 공격을 책임져야 했다. 게다가 알렉시스는 후위에 설 때 리베로와 교체된다. 덕분에 이재영이 후위에 설 때면 흥국생명의 사이드 공격은 더 약해졌다.
이재영은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33.7%의 공격을 책임졌다. 1~2세트 18점으로 맹활약했지만, 3~4세트는 7점에 그쳤다. 홀로 공격을 책임지기엔 힘이 달렸다. 공격성공률도 29.9%까지 뚝 떨어졌다. 반면 알렉시스의 공격점유율은 고작 11.1%. 알렉시스의 부진 여부를 떠나 활용 자체가 적었다. 외국인 센터의 한계가 드러난 셈이다.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도 "아무래도 공격에서 외국인 선수의 한 방이 있어야 빠른 분위기 전환이 가능하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각자 위치에서 득점을 더 해줘야 한다"고 아쉬워했다.
현대건설 양철호 감독은 말을 아꼈지만, 현대건설 선수들 역시 테일러가 있을 때의 흥국생명보다 알렉시스가 뛰는 흥국생명이 더 편한 눈치다.
양효진은 "테일러가 있고, 없고를 떠나서 현재 흥국생명 공격은 이재영 한 명"이라면서 "테일러는 나쁘지 않은 공격수였다. 만약 테일러가 있어서 뚫렸다면 힘든 경기를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