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가 얘기하더라구요. 자존심을 걸자고"
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의 주장 양희종의 말이다. 전주 KCC와의 4강 플레이오프 첫 2연전을 모두 내준 인삼공사로서는 홈 3차전을 맞이하는 각오가 비장할 수밖에 없었다.
원정 1,2차전에서 특히 부진했던 찰스 로드의 각오는 남달랐다. 경기 전 만난 양희종은 라커룸의 분위기를 전해줬다. "로드가 선수들을 모아 자존심을 걸자고 했다. 자신부터 정말 열심히 하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11일 오후 경기도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KCC 프로농구 KGC인삼공사와 KCC의 4강 플레이오프 3차전.
로드는 지난 2경기에서 골밑을 멀리 했다. 인삼공사는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김승기 인삼공사 감독은 "골밑이 강한 팀을 상대로 로드가 흔들리면 안된다. 3차전을 앞두고 별 말 안했다. 알아서 하라고 했다. 본인도 많은 것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드가 달라졌다.
로드의 전반전 기록은 2점 4리바운드. 야투 2개를 던져 1개를 넣었다. 그러나 기록이 전부가 아니었다. KCC가 거리를 두고 수비를 해서 로드가 외곽슛을 던질 기회가 수차례 있었으나 로드는 슛을 아꼈다.
3쿼터 들어 로드를 위한 무대가 열렸다. 로드는 주저없이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3쿼터 종료 6분여부터 약 2분 동안 로드의 원맨쇼가 펼쳐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먼저 로드는 베이스라인에서 마리오의 패스를 받고 힘차게 뛰어올라 원핸드 덩크를 림에 꽂았다. 40초 뒤에는 하승진이 골밑에서 던진 슛을 블록으로 막아냈다. 이어지는 공격에서는 왼쪽 베이스라인에서 3점슛을 터뜨렸다.
로드의 쇼는 계속 됐다. 로드는 속공 기회에서 유로스텝에 이은 호쾌한 덩크를 터뜨렸다.
로드의 맹활약이 시작되기 전 인삼공사는 50-38로 앞서있었다. 로드의 속공 덩크가 터진 순간 스코어는 59-43으로 벌어졌다.
이후 KCC의 거센 반격이 펼쳐졌다. 전태풍과 안드레 에밋이 분전을 거듭 했다. 그러나 인삼공사 선수들의 집중력이 한수위였다.
이정현은 주어진 오픈 슛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무릎이 좋지 않은 오세근은 공격리바운드를 잡기 위해 몸을 던졌다. 양희종은 눈부신 순발력으로 패싱레인 차단의 진수를 보여줬다.
홈 팬 앞에서 무기력하게 3연패를 당할 수 없다는 각오, KCC의 정규리그 우승을 안방에서 바라봐야 했던 아픔에 대한 앙갚음 등 인삼공사의 의지가 시리즈의 향방을 안개 속에 빠뜨렸다.
KGC인삼공사는 연장전 접전 끝에 KCC를 90-86으로 꺾고 2패 뒤 첫 승을 올렸다.
한때 19점차로 앞서가던 인삼공사는 4쿼터 막판 75-77 역전을 허용했다. 그러나 마리오 리틀이 종료 8.1초 전 극적인 동점 골밑슛을 터뜨려 기사회생했다.
이후 인삼공사는 고비 때 터진 마리오와 이정현의 3점슛을 앞세워 상승세를 이어갔고 결국 연장전 승부를 승리로 장식했다.
로드는 후반 승부처에서 벤치를 지킨 시간이 더 많았다. 그러나 누가 코트에 서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인삼공사는 빈 틈 없는 집중력을 끝까지 유지했다.
2차전까지 꽁꽁 묵였던 이정현이 3점슛 6개를 포함, 팀내 가장 많은 25점을 기록했다. 찰스 로드는 평소에 비해 출전 시간이 많지 않았지만 15점 5리바운드 5어시스트 3블록슛으로 '자존심'을 세웠다. 마리오(22점)와 오세근(17점)도 나란히 두자릿수 득점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