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위원장의 독단에 반대하며 당무를 거부했던 황진하 사무총장이 당무에 복귀함에 따라 새누리당 공천 내분은 일단 봉합 국면으로 접어드는 형국이다.
그러나 계파 간 막장대결이 완전히 해소됐는지 여부에 대해선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무성 대표에 대한 '경선' 결정이 이르면 12일 4차 공천, 늦어도 오는 13일 5차 공천까지 발표될 것으로 보여 갈등이 깨끗이 해소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반면 김 대표 측근인 수도권의 비박계 의원들에 대한 단수추천 방침과 유승민 의원에 대한 '경선' 결정 등이 아직 불투명해 갈등 기류가 재연될 여지도 남아 있다.
◇ '윤상현 파동' 친박계 협상력 약화시켜
이 위원장은 3차 공천 발표를 하면서도 기어이 김무성 대표의 지역구인 부산 영도‧중구의 경선 여부를 쏙 빼고 발표하지 않았다. 친박계 맏형 서청원 의원이 전날 이 위원장에게 “김무성은 단수추천도 가능한 분”이라며 중재에 나섰지만 거부당했다.
그의 ‘마이웨이’는 “김 대표 경선을 발표하라”라는 비박계의 요구에 대한 묵살로 표출됐다. 황진하 사무총장과 홍문표 제1사무부총장이 공관위 회의에 불참하며 ‘당무 거부’로 맞섰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3차 공천 발표가 강행되자, 이 위원장과 홍 사무부총장 간 험악한 기류가 잠시 형성됐다. 새누리당 당사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두 사람은 “밀어붙이면 되느냐”(홍), “자꾸 쓸 데 없는 얘기마라”(이) 등으로 으르렁거렸다.
이 위원장의 친박계와 황 사무총장의 비박계 간 갈등 기류는 오후 늦게 공관위원들이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더 많이 소통하겠다”며 ‘공천 일정 재개’를 선언하면서 일단락됐다.
공관위 핵심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김 대표에 대한 '경선' 방침은 이미 결정된 것"이라며 "금명 간 발표가 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오전까지만 해도 "김 대표 공천을 제일 늦게 발표해야 한다"라며 맞섰던 이 위원장으로선 한 수 접는 결정을 내린 셈이다. 친박계로선 윤상현 의원의 '막말' 파동 때문에 공천배제(컷오프)를 계속 주장하기보다 비박계의 '상향식'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 가시방석 위의 ‘논개’ 후보들…“오늘 발표에 컷오프 없을 것”
이 위원장 등 공관위원 대부분이 “이제 컷오프는 없다"며 사실상 '물갈이' 기류의 퇴조를 예고하고 있지만, 살생부설(說)에 이름이 오르내린 의원들은 아직 좌불안석하는 분위기다.
친박계는 당초 적장을 끌어안고 죽을 희생양이 누군지에 초점을 맞췄었다. 3선 이상 영남의 고령 의원 혹은 윤 의원과 같은 핵심 거물을 포기하는 카드 등이 함께 거론됐었지만, 갈등 기류가 봉합되면서 대거 생존할 가능성이 커졌다.
유승민 의원의 측근들은 애간장이 타는 등 가장 긴장하고 있다. 유 의원과 그의 측근 초선 의원들이 대거 포진한 대구는 단수추천과 경선 발표 중 어느 쪽으로도 결정이 나지 않고 있다. 김세연(재선‧부산 금정) 의원도 단수로 후보 등록을 했지만, 공천 여부 결정이 미뤄지고 있다.
하지만 박종희 제2사무부총장은 일단 “4차 발표 때 컷오프는 없을 것 같다”라고 관측했다. 당초 컷오프 수단으로 쓰이기 위해 확대될 것이라던 '부적격 심사'의 경우도 '위법행위' 여부를 엄격히 따져 최소화할 방침이다.
여기에 4차 발표에서 경선 지역이 20~30개 추가되면 100곳 이상의 지역구에서 경선이 치러지게 돼 사실상 '상향식 경선' 쪽으로 기류가 바뀔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