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전지③ 종로] '수성' 정세균 VS '탈환' 박진-오세훈

정세균 "정부심판" VS 오세훈 "종로 포인트" VS 박진 "종로의 아들" VS 정인봉 "당심"

서울 종로구는 경복궁, 창덕궁 등 조선 왕조의 궁궐들과 대한민국 권력의 중심인 청와대와 정부서울청사를 품고 있다. 또 윤보선(4대)·노무현(16대)·이명박(17대) 등 지역 국회의원들을 대통령으로 키워내 '대한민국 정치 1번지'로 불린다.

20대 총선이 한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종로구는 與-與, 與-野 대결로 그 어느 선거구보다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현재 종로에 둥지를 틀고 있는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의 5선 중진인 정세균 의원이다. 그는 지난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홍사덕 전 의원을 꺾었다.

종로 탈환은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당면 과제 중 하나다. 그만큼 도전자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대권잠룡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종로에서 내리 3선을 지낸 박진 전 의원, 새누리당 당협위원장인 정인봉 전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하지만 경선 여론조사 방식을 놓고 후보들간에 갈등이 계속돼오다 최근 100% 국민여론조사가 유력해지자 박진·정인봉 전 의원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당내 경선부터 불붙고 있다.

8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의원이 유권자에게 인사하고 있다. CBS총선취재단 김민성 인턴기자
◇ 정세균 “선거는 정권심판…아무하고 붙어도 상관없다”

지난 9일 오후 혜화로터리로 향하는 골목에서 마을 사람들과 친숙하게 인사하고 있는 정세균 의원을 만났다. 정 의원은 종로에서 처음에는 ‘이방인’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런데 “지금은 종로사람이 다 됐다”고 했다. 그는 “창신·숭인동의 도시재생사업이나 청운·효자동의 신분당선 연장사업 등 지역주민들에게 필요한 일을 해온 덕”이라고 자부했다.

민주당 대표와 산업자원부 장관을 역임한 정 의원은 “본래 선거는 정권을 심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근혜정부가 경제를 살리지 못했다. 오히려 경제성장률은 반절로 줄었고, 부채는 두 배로 늘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가장 심각한 문제로 ‘청년실업’를 꼽았다. 그는 “중대한 국가적 과제를 기업들에게 해결하라고 던져놓을 게 아니라 온 국민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새누리당의 경선 경쟁과 관련해 누구와의 대결을 바라느냐는 질문에 “자신 있는 새누리당 후보요? 아무하고나 붙어도 상관없어요”라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이중 오 전 시장에 대해서는 “무상급식 주민투표 문제로 서울을 떠났는데 다시 돌아오려면 대국민 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종로 지역 유권자들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조숙희(63.여.명륜동)씨는 “정세균 의원은 지역행사만 하면 자주 나타났다. 그래서 친근해졌다”고 말했다. 김덕환(62.남)씨는 “중앙정치를 할 때도 극단적이지 않고 온건한 면이 맘에 든다”고 지지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문제는 야당에 대한 불신감이다. 새누리당 지지자들은 야당에 대한 실망감을 쏟아냈다. 혜화로에서 만난 박동빈(81.남)씨는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 발목만 잡지 협조할 줄을 모른다”고 혹평하며 “결국 종로서 3선한 박진 후보가 이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누리당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8일 서울 이화동 종로 노인종합복지관에서 한 유권자와 손을 잡고 인사하고 있다. CBS총선취재단 전세희 인턴기자
◇ 오세훈 “대선론은 흠집 내기…종로는 침술의 포인트”


새누리당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시장 경력 때문에 인지도 면에선 유리한 편이다. 용두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조정화(56.여)씨는 “한번 시장을 해봤으니 잘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장 경력은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고 있다. 명륜동의 한 주민(43.남)은 "명분이 명확하지 않다. 결국 대선용 아니냐"고 따졌다. 종로를 대권도전의 전초지로 활용한다는 의구심이다.

지난 8일 이화동 종로노인종합복지관에서 만난 오 전 시장은 “대선론은 숙명”이라고 밝혔다. 그는 “서울시장 경력으로 인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처럼 서울시장을 거쳐 대통령이 된 사례가 있어 대선을 노리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뭘 하기만 하면 대선이랑 연관 시킨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제가 만약 김한길 후보 잡으러 광진으로 가고 박영선 후보 잡으러 구로로 갔다고 해요. 그럼 거물 잡아서 대권 노린다고 했을 거 아녜요“라고 반문하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오 전 의원은 “서울의 중심인 종로를 발전시켜 파급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라며 종로를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이를 '침술효과'에 비유했다. "체했을 때 손바닥 중 포인트를 잡아 침을 놓으면 좋아진다. 도시도 마찬가지다. 종로를 기점으로 해서 비강남지역의 경제까지도 살리겠다"고 공약했다.

노인종합복지관에서 만난 유현서(63.남) 씨는 “오세훈이 일단 젊고, 경력 있고 패기가 있어 보인다. 복지관 민심은 오세훈으로 쏠렸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박진 전 의원이 8일 서울 대학로 혜화역 출구 앞에서 청년 유권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CBS총선취재단 김민성 인턴기자
◇ 박진 “3선 종로의 아들 믿어주실 것”, 정인봉 “당원 지지로 결선갈 것”

박진 전 의원은 이날 오후 통인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인사를 나눴다. 박 전 의원은 “유권자들이 종로의 아들을 믿어주실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지난 10년간 여러 지역 문제를 해결했다”며 종로가 국회의원으로 키워줬고 종로를 위해 봉사한 토박이 정치인임을 강조했다.

창신동에서 만난 한 부동산중개사는 “박 전 의원은 지역 사정을 잘 아는 만큼 일을 잘할 것”이라고 신뢰를 보였다. 명륜동의 한 식당에서 만난 70대 남성 유권자도 "오세훈 전 시장의 지지율은 서울시장 타이틀이지 종로구 타이틀인가"라고 반문하며 "대한민국에서 박진처럼 지역도 잘 챙기고 외교도 잘 아는 국회의원은 만나기 힘들다"고 지지를 보냈다.

박 전 의원은 당내 경쟁자인 오 전 시장에 대해 당의 요청을 무시하고 개인의 정치만을 추구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당에서 김무성 대표까지 직접 나서서 험지출마를 간곡히 부탁했는데 오 전 시장은 거절했다”면서 “굳이 종로로 온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과거 서울시장 시절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관련해 시장 직에서 물러나면서 보궐선거가 치러진 것에 대해 “비용만 해도 어마어마했다. 오 전 시장을 반성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경선 여론조사 방식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박 전 의원은 “당원 30%,일반 70%인 기준도 당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데 100% 국민여론조사를 실시하겠다는 것은 정당정치의 본질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의 방침을 비난했다.

새누리당 정인봉 전 의원이 8일 경복궁역 앞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CBS총선취재단 정세희 인턴기자
정인봉 전 의원 역시 “정해진 룰에 따라야 한다”며 100% 국민여론조사를 반대했다.

현재 새누리당 종로구 당협위원장인 정 전 의원은 “당원 지지를 기반으로 무조건 결선투표에 올라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정 전 의원의 핵심 공약은 ‘사교육철폐’다. 그는 “백화점식 공약 나열은 지양한다. 교육만 제대로 살려도 경제가 살고 7포 세대도 없어진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오 전 의원을 향해 “종로에 나오는 명분이 뭐냐”고 따져물었다.

숭인2동에 사는 한 60대 남성 유권자는 "정인봉 전 의원은 신념과 의지를 가진 성실한 후보"라며 "좀 유명하다 싶으면 무조건 찍어주는 국민들 정서가 문제"라고 말했다.

◇ 與 지지자들 “빨리 경선해 후보 골라야"

새누리당 지지자들의 관심은 이미 본선을 향해 있었다. 본선에서 경쟁력 있는 자가 올라가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창신동에서 오랫동안 살았다는 한 50대 남성 유권자는 “일단 새누리당 경선이 빨리 끝나야지. 집안싸움이 오래가면 우리만 손해다”고 우려했다.

통인시장의 전통과자 상인과 창신시장의 한 공인중개사는 “새누리당을 지지하다”고 밝히면서 “이렇게 경선이 자꾸 늦어지면 헷갈려서라도 표를 얻기 어렵다. 하루라도 빨리 경선을 실시해 후보를 골라야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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