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한 사람들'(진박)이 비박계 현역 후보들에게 밀리는데다, '윤상현 의원 막말' 사태로 친박계가 궁지에 몰린 미묘한 시기에 이뤄진 작심 행보로 평가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를 찾아 국정과제인 경제 재도약 달성을 위한 노력을 당부했다. 센터 소재지(동구 신천동)는 대구 동구갑 선거구에 해당한다.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과 새누리당 류성걸 의원이 진박 대 비박의 경쟁을 벌이는 곳이다.
대구에는 정 전 장관 외에 자칭타칭 진박 인사가 5명 더 있다. 지난해 11월 "진실한 사람들만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던 박 대통령의 대국민 호소 뒤 출마한 이들이다. 친박계 실세 최경환 의원이 이들 중 5명의 개소식에 참석해 지지선언을 하는 등 '진박 감별'을 마쳤다.
박 대통령의 대구 방문은 이같은 판세를 뒤흔들 가능성이 크다. '선거의 여왕' 박 대통령은 고비마다 서문시장 등 대구의 요충지를 찾아 표심을 끌어모아 결국 승리했다. 4년전 총선 때도 두차례 대구 방문으로, 지지율 30% 안팎이던 새누리당 후보들의 총선 득표율을 60% 안팎으로 수직 상승시켰었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이번 행보를 정치적으로 해석하지 말라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는 "이번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방문은 지난달 25일 대전센터 방문에 이은 것"이라며 "박 대통령은 지난 7일 수석비서관 회의 때 '앞으로 기회가 될 때마다 창조경제 현장을 방문해 점검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비박계의 의구심은 가시지 않는다. 새누리당 비박계 한 인사는 "대구라는 상징성은 물론이고, 박 대통령의 득표력이나 최근 친박계의 행태 등 어느 하나 총선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가 없다. 박 대통령은 작심하고 대구를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 일각에서 '진박 바람이 불어도 고민, 안 불어도 고민'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등 이번 박 대통령의 대구 방문은 양날의 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
이후 진박이 약진하는 경우 이번 대구 방문에 대한 정치적 의도가 끊임없이 공격받게 되고, 반대로 진박 지리멸렬 시에는 박 대통령의 정치적 위상이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