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뉴스] "국정원은 왜 장하나 통신자료를 들춰봤을까?"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국정원이 더불어 민주당 장하나 의원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야당에서는 '테러방지법'이 만들어지기도 전에 권력기관들이 국회의원을 사찰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국정원은 왜 장하나 의원 통신자료를 들춰봤을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사진=자료사진)
▶ 국정원이 장하나 의원의 통신자료를 조회했다는데 왜 그런거냐?

= 국정원의 설명은 장하나 의원을 타깃으로 한 건 아니라는 입장이다.

국정원관계자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자 내사과정에서 피 내사자에게 문자를 보낸 사람의 전화 가입자가 누구인지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자가 누구인지는 공개 할 수 없지만 그 내사자에게 장 의원의 전화번호에서 문자가 갔고 그래서 그 전화번호의 가입자내역서를 확인한 것이라는 해명인 것이다.

(사진=자료사진)
▶ 검찰에서는 왜?

= 청주지방검찰청이 지난해 10월 13일에 통신자료를 제공받았는데 이 또한 장 의원을 직접 겨냥했다기보다는 수사과정에서 이뤄졌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청주지검관계자는 "당시 청주시장에 대한 수사와 충청지역 한 대학에 대한 수사 등 몇 건의 수사가 진행중이었다"면서 "아마도 수사와 관련된 주요인물의 통화내역을 추적하던 중 장 의원의 전화번호가 나와서 누군지 확인하는 차원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김현정 앵커와 제가 통화를 했는데 김 앵커에 대해 수사를 하다가 제 전화번호를 보고 이 사람이 누구냐? 그걸 확인하기 위해서 통신자료를 확인하는 차원이었다는 얘기다.

더불어민주당 장하나 의원 (사진=윤창원 기자)
▶ 장하나 의원을 타깃으로 사찰을 한 것은 아니라는 거냐?

= 국정원이나 검찰의 설명은 그렇다.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장하나 의원의 전화번호가 나왔고 그래서 그걸 확인하는 과정이었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장하나 의원이나 야당에서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테러방지법이 통과되기도 전에 이미 주요인물들에 대해 사찰을 하고 있었던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일고 있는 것이다.

장하나 의원은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결정적인 건 세 건 다 짐작되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특히 청주지방검찰청에서 통신자료를 요청한 것과 관련해 아무런 연고도 없는 청주 쪽에 무엇이 관련됐는지 모르겠다"면서 "국정원과 청주지방검찰청에 왜 통신자료를 요청했는지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요청을 한 상태"라고 말했다.

장 의원은 "국정원이 제출 할 지는 모르겠지만, 광범위하게 무리하게 마구잡이식으로 (정보를)수집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그 시점(통신자료를 요청한)에 짐작이 가는 데가 없다"고 설명했다.

정의당도 대변인 논평을 통해 "이미 국정원이 국회의원의 통신 정보까지도 손쉽게 열람하고 있었다는 명백한 증거"라면서 "국회의원의 정보를 이렇게 쉽게 열람할 수 있다는 것은 일반 국민들의 정보는 이미 공개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 이 문제 국회의원의 통신자료를 이렇게 쉽게 들여다 볼 수 있다면 일반 국민들의 자료는 이미 공개된 것이나 다름 없다는 부분인데?

= 통상 '통신자료'라고 부르는 건 가입자내역확인서를 말하는 것이다. 이것은 전기통신사업법 83조 3항의 규정에 따라서 검찰이나 경찰 등 수사기관이나 국정원 같은 정보기관, 국세청 등의 기관에서 공문을 보내면 자료를 제공한다.

(◈ 전기통신사업법 83조 ③ 전기통신사업자는 법원, 검사 또는 수사관서의 장(군 수사기관의 장, 국세청장 및 지방국세청장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 정보수사기관의 장이 재판, 수사(「조세범 처벌법」 제10조제1항·제3항·제4항의 범죄 중 전화, 인터넷 등을 이용한 범칙사건의 조사를 포함한다), 형의 집행 또는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한 정보수집을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자료의 열람이나 제출(이하 "통신자료제공"이라 한다)을 요청하면 그 요청에 따를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장하나 의원 통신자료 제공내역 (사진=장하나의원실 제공)
'장하나 의원의 통신자료 제공사실 확인서'를 보면 제공내역 부분에 '문서번호'가 있다. 국정원에 제공한 문서는 '대지-2951', '대지-46'으로 돼 있고, 검찰에 제공한 문서번호는 '2015-1517'로 돼 있다.

이 문서번호를 보면 SK텔레콤은 지난해 11월 18일까지 2951건의 통신자료를 국정원에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올 1월에는 '대지 46'이니까 7일만에 46건의 통신자료를 제공한 것이다. 검찰은 이게 청주지검에서 요청한 건인지 검찰 전체인지는 확인을 못했지만 10월까지 1517건의 통신자료를 제공했다는 얘기다.

추정을 하자면 SK텔레콤이 통신시장 점유율이 50%이니까 이 숫자의 배에 해당하는 통신자료를 통신사로부터 제공받았다는 얘기가 된다.

더불어민주당 장하나 의원 통신자료제공사실 확인서(사진=장하나의원실 제공)
▶ 법원의 영장도 없이 통신자료를 넘겨줘도 되는거냐?

= '통신자료'와 '통신내역'은 다르다. 통신자료는 가입자의 기본적인 정보사항이지만, 통신내역은 누구랑 언제, 어디서 통화를 했는지 또 어떤 문자나 이런게 오고갔는지를 파악하는 자료이다.

적용하는 법률도 다르다. '통신자료'는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통신사가 수사기관이나 정보기관, 국세청 등에서 공문으로 자료를 요청하면 제공하도록 돼 있다.

반면 '통신내역'은 통신비밀보호법의 적용을 받는다. 통신내역은 '통신사실 확인자료'라고도 하고 통신비밀보호법에는 '통신제한조치' 또는 '감청'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법원의 영장이 있어야만 한다.

국정원이나 검찰이 통신사로부터 받아간 장하나 의원의 통신자료는 기본적인 가입자 인적사항이 담긴 것이다.

문제는 본인은 전혀 예상도 못하는 사이에 자신의 가입자내역을 정보기관이나 수사기관이 가져갔다는 부분인데 과연 가입자내역만 가져갔을까? 하는 의문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장하나 의원은 "국정원 등 수사기관이 통신자료 제공내역에 나오는 주민번호, 이동전화번호, 주소, 가입일, 해지일 등의 내용만 주고받았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국정원 (사진=자료사진)
▶ 국정원이 왜 장하나 의원의 통신자료를 들춰봤을까?


= 우선은 국정원의 설명대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자 내사과정에서 피 내사자에게 문자를 보낸 사람의 전화 가입자가 누구인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내사 중인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자'가 누구인지가 쟁점이 될 것이다. 국정원의 수사권은 국가정보원법에 명시돼 있다. (「형법」 중 내란(內亂)의 죄, 외환(外患)의 죄, 「군형법」 중 반란의 죄, 암호 부정사용의 죄, 「군사기밀 보호법」에 규정된 죄, 「국가보안법」에 규정된 죄에 대한 수사)

장하나 의원은 "지난해 11월 14일에 열린 민중총궐기대회에 참석했는데 그것 때문에 통신자료를 열람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회가 열린지 4일만에 통신자료를 제공받을 정도의 일은 아닐 것이라는 얘기다.

다른 가능성은 장하나 의원이 박근혜 정권에게 찍혔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박근혜 정부 출범 첫해인 2013년 12월 6일 초선의원인 장하나 의원이 성명을 하나 발표한다. "부정선거 수혜자 박근혜 대통령은 사퇴하라, 6.4 지방선거와 같이 대통령 보궐선거를 실시하자!"는 주장이었다.

지난 2013년 대선불복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장하나 의원 (사진=윤창원 기자)
장하나 의원이 공식적으로 '대선 불복'을 선언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한 것이다. 장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국가기관의 도움을 요청한 적은 없을지 몰라도 국가기관의 불법선거 개입의 도움으로 당선됐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게 되었다"며 박 대통령의 결단을 요구한 것이다.

장 의원은 "통신자료를 요청한 시기와 너무 떨어진다"며 그럴 가능성이 낮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뒤끝작렬'은 이미 잘알려져 있다. 지난해 10월 22일 여야 대표. 원내대표와 5자 회동에서 이종걸 원내대표에게 "예전에 저보고 그년, 이년이라고 하셨잖아요"라며 3년도 더 지난 얘길했다. 웃으면서 농담처럼 한 얘기였다고 하지만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섬찟했을 것이다.

▶ 테러방지법이 통과된 뒤 통신자료 제공사실 확인요청이 급증하고 있다던데?

= 실제로 그렇다고 한다.

통신사에 확인해보니 3사 모두 '통신자료 제공사실 확인요청'이 상당히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건수가 어느 정도인지는 취합이 되지 않았지만 요청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는 얘기다.

장하나 의원은 "자료를 신청한 지 1주일만에 받았는데 지금은 신청이 급증하면서 늦어지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테러방지법 통과 이후 텔레그렘으로 이동하는 가입자가 늘고 있고 통신자료 제공사실 확인요청이 증가한다는 건 그만큼 국정원에 대한 불신이 높다는 걸 반증하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청와대와 국정원은 사이버테러방지법까지 통과시키라고 압박하고 있다.

▶ 사이버테러방지법과 관련해 '김광진 의원의 예언'이라는 말이 나오던데?

= 그렇다.

(사진=김광진 의원 페이스북 캡처)
김광진 의원이 지난 7일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

"22일 정보위에서 날치기 통과될때도 두 법(테러방지법, 사이버테러방지법)이 같이 날치기 되었습니다. 행정상의 실수인지 의도가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2개를 날치기 시켜두고 국회의장이 1개의 법안만 직권상정했습니다. 국정원입장에서는 이 기회에 두 개의 법안을 다 처리했어야 하는데 이상하게 하나만 처리되어서 미칠지경일 것입니다.

가만히 있을 국정원이 아닙니다. 장담하건데 이제 사이버테러방지법을 통과시키기위한 전방위적인 압박이 가해질것입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나설것이고 북한발 사이버테러의 위험성을 알리는 기사들이 쏟아져서 나올것입니다. 그럼 다시 또 국회의장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글을 올린 직후 국정원발 언론사들의 기사가 쏟아지기 시작했고 국정원은 사이버 위협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오비이락인지 아니면 국정원이 테러방지법에 이어서 사이버테러방지법을 통과시키기 위해서 여론을 조성하려는 의도인지 국민들의 높은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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