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40명 살생부' 파문 이후 한동안 공천과 관련해 '묵언 수행'을 이어가던 김무성 대표가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 10일쯤 입장을 밝힐 예정이어서 계파간 전면전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 친박 "취중 실수, 개인적 문제"
윤 의원의 욕설 통화에서 낙천 대상으로 지목된 김 대표는 9일 최고중진회의에서 다른 최고위원들이 이 문제를 거론했지만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은 채 침묵을 지켰다.
김 대표는 또, 친박계 큰형님 격인 서청원 최고위원의 중재로 직접 사과를 위해 국회 본관 당 대표실로 찾아온 윤 의원을 만나지 않고 자리를 떴다.
윤 의원은 면담이 불발된 뒤 "김 대표에게 어제 전화를 드렸지만 안 받았고, 오늘 제 뜻을 말씀드리러 왔는데 김 대표가 옆문으로 빠져나갔다"며 "대표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친박 핵심으로 꼽히는 윤 의원의 일탈에 적잖게 당황한 친박계는 이 문제를 윤 의원의 개인적인 대화, 또는 취중 실수로 몰아 진화하려는 모양새다.
이한구 위원장은 전날 윤 의원의 발언이 공천심사에 영향을 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 "너무 많은 요소를 감안하면 심사를 할 수가 없다"고 선을 그으며 "친구와 술 먹고 한 거 아닌가"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윤 의원에게 사과를 요구한 서청원 최고위원도 "당사자인 윤상현 의원이 김무성 대표를 직접 찾아가서 사과를 정중하게 드려야 하고 당원들에게도 사과해야 한다"면서도 전화 내용을 '몰래 녹음'한 것을 문제삼았다.
윤 의원 역시 "취중에 실언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을 녹음해서 유포한 것은 근절돼야 한다"며 "사적 대화를 녹음해서 언론에 전달한 행위는 의도적인 음모"라고 음모론을 제기했다.
◇ 비박 "공천 개입 여부 밝혀라"
이재오 의원은 이날 최고중진회의에서 "(윤 의원에게) 전화를 받은 사람은 김 대표를 죽여버릴 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 공천에 의하거나 권력에 의해서나 김 대표를 죽일 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고 공세를 폈다.
개인적 문제로 넘기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본인에게 찾아가서 사과하는 건 당연하지만 중요하지 않다"면서 "전화 받은 사람이 누군지 밝히고, 공천에 어떻게 개입했는지 밝히라"고 당의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김 대표 비서실장인 김학용 의원도 전날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도저히 용납해서는 안되는 해당행위"라며 윤 의원의 공천배제를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비박계의 한 의원은 "살생부 의혹으로 김 대표를 궁지로 몰아넣더니 실제 살생부의 중심에 윤 의원이 있다는 게 드러난 것"이라며 "이런 식의 공천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고 윤 의원과 이 위원장을 정조준했다.
그는 이어 "여성 당원에게 막말을 한 예비후보에게 탈당을 권유하지 않았냐"면서 "이번 사안은 훨씬 더 심각한 막말이라는 점에서 더 중한 징계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공천이 코앞이라…김무성 '수족'이 없네
당장 하루아침에 공천배제 대상이 된 김 대표의 입장 표명 여부가 관심이다. 김 대표는 이날까지 침묵을 지켰지만 10일 최고위원회의 등을 통해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그동안 이 위원장 선임부터 시작해 자신이 정치생명을 걸고 추진한 '100% 상향식 공천'에 배치되는 1차 공천 결과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지하지 못하고 고개를 떨궈야 했다.
김 대표 측의 한 관계자는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김 대표도 잘 알고 있다"면서 "좀 더 고민을 해보고 내일(10일) 이번 사태에 대해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윤 의원과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공천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고민이 더 깊다"고 밝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이한구식(式) 공천에 대한 반격을 예고했다.
다만 김 대표가 행동에 나서더라도 이를 뒷받침할 비박계의 세력화가 쉽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비박계 의원들 앞에 이한구 위원장이 휘두르는 칼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까지 비박계 가운데 윤 의원의 욕설 통화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의원은 김학용. 이재오 의원과 방송 인터뷰에서 윤 의원의 정계은퇴까지 거론한 홍문표 제1사무부총장에 불과한 상황이다.
한 비박계 의원은 "심각한 사태라는 것에는 다들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공천 결과가 나오지 않았는데 이 문제를 강하게 제기할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이 위원장은 10일 오전 2차 공천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1차 공천 때와 마찬가지로 현역의원에 대한 컷오프(공천배제)와 사실상의 전략공천인 우선·단수추천이 대거 포함될 것으로 관측된다는 점에서 김 대표의 입장 발표와 맞물려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