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훈 "알파고 소름끼쳐…이세돌 흔들림 최악"

가수 김장훈.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또한 이천, 부산, 창원을 돌며 100회 공연을 실시할 계획이며, 30여명의 카메오 출연 영상과 공연이 교차하는 방식의 컨셉트로 유재석, 유세윤 등이 참여한 것이 알려졌다. 박종민기자
알파고의 불계승, 이는 곧 이세돌 9단의 '불계패'를 뜻한다. 아직 1국이지만 인간 대 인공지능의 대결은 인공지능 알파고의 승리로 돌아갔다.

가수 김장훈은 바둑 TV에서 유창혁 9단·김효정 9단과 함께 해설을 맡아 이세돌 9단 대 알파고의 대결을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아마추어 5단인 그는 한국기원의 홍보대사일 정도로 이름난 바둑 애호가다.

이제 막 해설을 끝내고 나온 그의 목소리에서는 흥분이 가시지 않았다. 해설을 해야 하는데 팽팽하게 흘러가는 대국에 몰입해 직접 수를 두고 거두기도 여러 번이었단다. 집을 세고 이세돌 9단의 패배가 확실해졌을 때는 깊은 침묵을 지키기도 했다.

김장훈은 대국 전, 이세돌 9단의 5:0 승리를 확신했던 바 있다. 경기가 끝난 지금 그의 생각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김장훈에게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1국 맞대결을 해설한 소감을 직접 들어봤다.

▶ 초반에 알파고가 우세하다가 '악수'를 두는 것 같더니 결국 이세돌 9단을 역전해서 불계승을 거뒀다. 이들의 대결, 종합적으로 어떻게 봤나?

- 지금 프로 기사들은 엄청난 충격에 빠져 있다. 알파고가 초반에 너무 황당하게 잘 뒀다. 누가 이세돌 9단인지, 알파고인지 모를 정도였다. 제가 봤을 때는 이세돌 9단이 역대 최악으로 흔들렸던 것 같다. 알파고가 악수를 두고 나서 분위기가 좋아지긴 했다. 기분상으로는 이겼는데 집을 세다 보니까 생각보다 차이가 별로 안 나는 거다. 그 때부터 우리 해설자들이 말이 없어졌다. 끝내기까지 가면 변수가 나올 게 없으니까 이세돌 9단이 돌을 던지는데 소름이 끼쳤다.

▶ 일각에서는 '악수'조차도 알파고의 설계였다는 이야기가 들리고 있다. 그만큼 알파고의 불계승, 이세돌 9단의 불계패가 충격적이라는 것이 아닐까 싶다.

- 선수를 뽑기 위해 악수를 두고 저쪽으로 간 건가? 이런 생각도 했다. 처음에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처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직관 부분에서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구글의 이야기가 허언이 아니었다.

▶ 이세돌 9단과 알파고, 해설자로서 본 각자의 패배 요인과 승리 요인을 꼽는다면?

- 이세돌 9단이 중반 이후 절대로 나올 수 없는 악수를 두면서 사고를 냈다. 기계는 악수를 둬도 흔들리지 않고 최선의 수를 두는데 사람은 감정이 있으니까 그 지점에서 무리수인 것 같다. 감정 없이 최선을 다하는 기계가 무서울 뿐이다.


▶ 5국에서 다시 해설을 맡는데 그 동안 승부는 어떻게 될 것이라고 보나? 다른 프로 기사들은 2국이 관건이라고 예상하던데.

- 저 역시도 2국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세돌 9단이 2국에서 지면 와르르 무너지지 않을까. 오히려 지금 상태에서는 반드시 2국에서 이겨야 되니까 부담이 더 생겼다. 이세돌 9단은 워낙 큰 승부를 많이 한 사람이니까 마음을 비우고 둬서 이기길 바란다. 그렇지 않다면 그냥 패배를 인정하면 된다. 어차피 이것도 게임이니까.

▶ 아마추어 5단이고 한국기원 홍보대사다. 그만큼 '바둑 애호가'로 알려져 있는데 오늘 본인의 해설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고 싶나?

- 처음에 해설 요청을 받았을 때 하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었다. 바둑 좋아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당연히 제 존재가 거슬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대국의 경우, 바둑을 모르는 사람도 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는 바둑을 모르는 시청자들을 바둑으로 끌어 들이는 용도가 아니었나 싶다. 좀 '양날의 검'이다. 악플도 분명히 있었을 건데 그런 거는 안 보려고 했다. 악플만 안 봐도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 수 있다.

▶ 5국에서는 아무래도 분위기가 더 달아 오를 것 같은데, 그 때도 '감초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해도 되나?

- 그 때는 아마도 '병풍' 역할을 하지 않을까. (웃음) 유창혁 9단이 이야기하면 듣고, 물어보면 대답하고.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해설일 것이다. 오늘 멘트의 10분의 1정도? 그렇게 할 수가 없다. 1국 중계는 바둑을 두지 않는 분들까지 이슈 때문에 들어오는데 5국에서는 바둑을 두는 사람들이 많이 볼 것이기 때문이다.

▶ 바둑 애호가이기 때문에 이번 대결이 바둑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걱정이 되지는 않나?

- 바둑이 이번 계기로 북미에도 많이 알려진 것, 그리고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 경기를 치렀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바둑 주도권을 갖고 있는 국가처럼 이미지가 상승됐다는 것이 좋다. 오히려 바둑 붐이 일어나지 않을까 싶다. 인공지능 바둑 기사들끼리 기전이 열리는 상황도 올 것이다.

▶ 인간이라 느낄 수 있는 위화감도 있겠다. '인간만의 영역'이었던 바둑에서 세계 최고 레벨의 프로 기사를 상대로 인공지능이 불계승을 거뒀으니까.

- 제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과학 분야다. 구글이 촉발한 이 대국으로 인공지능에 대한 부각이 빨리 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미 미국에 비해서는 2년 정도 뒤지는 수준이다.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인터뷰에 등장했는데 그런 이야기보다는 인공지능 개발에 조금이라도 힘써야 할 때다. 스마트폰과 3D 기술이 그랬던 것처럼 인공지능 기술의 최대 수혜자 역시 한국이 되도록 노력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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