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현실에 미칠 영향력 등을 연구하는 정지훈 경희사이버대 IT디자인융합학부 교수는 9일 "중간중간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기보(棋譜)를 검토했는데, 알파고가 생각보다 잘 뒀다"며 "알파고의 지난 기보를 봤을 때는 해석력 면에서 이 9단에게 안 될 것 같았는데, 이번 대국을 보니 남은 경기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세돌 9단과 4, 5판을 뒀다고 해서 알파고의 실력이 금방 나아지기는 어렵다"며 "최소 몇 개월, 몇 년 동안 프로기사들과 대국을 한다면 결국에서 이세돌 9단과 비슷한 수준으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전을 거듭할수록 알파고의 학습력이 좋아질 텐데, 지금까지 둔 450만 번의 대국 데이터는 사실 이세돌 9단과 같은 최고수와 둔 것이 아니어서 대단한 게 아닙니다. 인공지능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딥러닝' 방식보다, 직접 두면서 문제를 파악하는 '강화학습'을 통해 발전하는 만큼, 이번 이세돌 9단과의 대국을 통해 더욱 성장할 겁니다."
그는 "예상보다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가 빠르다"고 진단했다. "2045년 정도 돼야 인공지능의 수준이 인간과 비슷하게 될 줄 알았는데, 10~20년 정도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미래와 관련한 다양한 시나리오, SF영화 속 세상의 현실화, 인공지능의 학습법 등을 연구하고 있다. 그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로 여기는 것은 인공지능이 인간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길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우호적인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학습하는 것이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현재 흐름이라면 인공지능은 우리가 모르는 환경에서 어느 순간 자율성을 갖게 될 텐데, 이럴 경우 인공지능이 생존을 위해 스스로를 복제하면서 통제 불가능한 상황에 놓일 수 있죠. 그 이전에, 복제를 주도하게 될 최초의 씨앗과 같은 인공지능에게 인간에 대한 우호성을 심어 줘야 할 겁니다. 그렇다면 인간에 적대적인 인공지능이 확산되더라도 커버가 될 테니까요."
그가 인공지능의 기능적인 면 외에도 윤리적인 측면을 중요시하는 이유다. "우리나라에서는 관심이 없지만, 미국에서는 이미 2012년부터 법학회에서 이에 대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 정 교수의 설명이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도 인공지능이 인간에 우호적인 생각을 가지도록 하는 데 어느 정도 관심을 두고 있죠. 구글 임원진으로 있는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 역시 이 점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여겨집니다."
책 <특이점이 온다>로도 유명한 발명가이자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은 구글의 임원으로 들어가 인공지능을 연구하고 있어요. 커즈와일은 인공지능이 고도로 발달하게 되면 인간들과 결합해 '포스트 휴먼'이 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정 교수는 "커즈와일 같은 경우 인간이 로봇, 인공지능과 결합해 새로운 종으로 태어나야 한다고 본다"며 "인공지능이 인간에 우호적인 입장을 갖지 못하면 커즈와일의 생각도 실현 불가능하기에, 그도 이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