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추승균 KCC 감독은 1차전을 앞두고 자신감을 드러내면서도 한 가지 걱정이 있었다. 바로 경기 감각에 대한 우려였다. KCC는 지난달 21일 정규리그 최종전 뒤 4강 PO 1차전까지 2주 동안이나 휴식을 취했다. 실전 감각이 떨어질 만했다.
올 시즌은 정규리그 이후 곧바로 MVP 등 시상식이 열린 데다 PO 미디어데이 등의 일정으로 휴식이 길어졌다. 통합해서 열리던 PO 미디어데이가 6강과 4강, 챔피언결정전까지 나뉘어 열리게 됐다.
정규리그 우승팀 KCC와 2위 모비스 등 4강 PO에 직행한 팀들이 2주 이상을 쉬는 일정이다. 정규리그의 피로를 풀 시간은 충분했지만 경기 감각에 대한 걱정도 나올 만한 기간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KCC에 실전 공백은 전혀 없었다. 이날 KCC는 47%의 야투 성공률을 보였다. 정규리그 때의 47.4%(3위)와 차이가 없었다. 삼성과 6강 PO 4경기를 치른 인삼공사가 오히려 이날 33%에 머물렀다. 정규리그 때의 46.2%(9위)에 못 미쳤다.
또 다른 4강 PO 결과를 보면 차이가 뚜렷하다. 15일을 쉰 정규리그 2위 모비스는 8일 오리온과 1차전에서 68-69로 졌다. 이날 모비스의 야투율은 39%로 정규리그 때의 54.5%(2위)에 크게 못 미쳤다. 오리온은 45%로 정규리그 때의 49.6%(1위)와 차이가 상대적을 적었다.
KCC가 감각을 잃지 않았던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추 감독은 9일 2차전을 앞두고 8일 진행된 훈련에서 그 이유를 들려줬다.
그나마 3월 추 감독의 모교인 한양대를 겨우 스파링 파트너로 구할 수 있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한양대가 일찍 대회를 마쳤기에 가능했다. MBC배는 지난 4일 결승전이 치러졌는데 만약 한양대가 올라갔다면 연습 경기가 성사될 수 없었다. 때문에 KCC는 2일과 4일 두 차례 한양대와 맞붙었다.
한양대는 연습경기 상대로 제격이었다. 신장이 크지는 않지만 쉴새없이 달리는 경기 스타일이 인삼공사와 비슷했다. 추 감독은 "2일 경기에서는 우리 선수들이 힘들어 보였다"면서 "그러나 4일에는 어떻게 해서든 상대를 따라가면서 호흡이 트였다"고 말했다. 빠른 상대를 만나 경기 체력을 빨리 회복했다는 것이다.
당초 KCC는 연습경기를 1번만 치를 예정이었다. 그러나 2일 경기에서 만족하지 못한 추 감독이 4일 다시 경기를 잡았다. 추 감독은 "두 번째 경기가 큰 도움이 됐다"면서 "선수들의 몸놀림도 그래서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정규리그 막판 12연승도 컨디션 유지의 원동력이었다는 분석이다. 추 감독은 "12연승 기간 쉽게 이긴 경기가 거의 없었다"면서 "시소 경기가 계속됐고 또 정규리그 우승 경쟁이 막판까지 이어지면서 선수들의 긴장감과 집중력이 지속된 게 PO까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추 감독의 호통도 한몫했다. 당초 시즌 내내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보였던 추 감독은 정규리그 막판부터 4강 PO 1차전까지 선수들, 특히 벤치 멤버들을 다그쳤다. 김민구와 정희재, 김지후, 송교창 등 PO 경험이 전무한 선수들이 많아 큰 경기에 너무 긴장을 할 수 있기 때문.
추 감독은 "정규리그 우승이 걸린 마지막 경기 때 식스맨들이 경직돼 있더라"면서 "그래서 다부지게 다그쳤더니 그래도 움직임이 나왔고, 4강 PO까지 연결됐다"고 웃었다. 2주의 실전 공백이 무색했던 KCC. 과연 기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9일 2차전을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