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위원장은 '공천 부적격' 기준을 규정한 당규 9조의 '부족한 신망' 조항을 폭넓게 적용해 현역의원에 대한 '컷오프(공천배제)' 기조를 강화해왔다.
그러나 친박계 핵심인 윤 의원의 사례가 터지자 "너무 많은 요소를 감안할 수 없다"며 입장을 180도 바꿨다.
'자기 계파' 허물에는 너그러운 스탠스를 취한다는 지적이 나올 경우 그간 강조했던 '엄격한 심사'가 퇴색할 수 있다. 명분은 구실에 불과했고, 실상은 '정적 제거'에 목적을 두고 있었다는 의혹 제기가 가능한 대목이다.
이 위원장은 8일 공천관리위원회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윤 의원에 대한 당 윤리위원회 회부 요구에 대해 "나는 모른다"고 회피했다.
윤 의원의 발언이 공천심사에 영향을 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너무 많은 요소를 감안하면 심사를 할 수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위원장은 "(윤 의원이) 개인적인 얘기를 했는지 모른다. 친구와 술 먹고 한 거(얘기) 아닌가"라며 두둔하는 인상마저 풍겼다.
윤 의원이 김무성 대표를 지목해 "죽여버려"라며 공천 탈락시키자는 통화 내용이 공개된 데 대해 김 대표의 비서실장인 김학용 의원의 진상 조사와 징계를 요구를 퇴근길에 언론을 통해 단칼에 잘라버린 것이다.
이 위원장의 반응이 보도되자 윤 의원은 당초 '사과' 내용이 담겼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에 "취중의 개인적 하소연까지 몰래 녹음해 퍼뜨리는 행위는 지양되어야 한다"는 항의 성격의 내용을 추가해 발송했다.
새누리당 당규 9조에는 '공천 부적격' 기준으로 ▲파렴치 범죄자 ▲탈당·경선불복 등 해당 행위자 ▲유권자 신망이 현저히 부족한 자 ▲공직후보자로 부적합한 자 등을 명시하고 있다. 공관위는 여기에 ▲갑(甲)질 ▲선거법 위반 ▲음주운전 등을 추가 기준으로 활용할 방침이었다.
한 공관위원의 경우 지난 4일 낙천 발표된 김태환 의원과 2~3명의 현역 중진 의원의 실명을 함께 거론하며 "자기 관리를 못 했다", "부동산 투기 의혹이 있다"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당초 중대한 비리 혐의에 국한됐던 컷오프 기준은 나이, 선수(選數), 정치적 정체성, 국회선진화법 개정 등으로 폭넓게 확대됐다.
이 위원장은 '당 정체성과 안 맞는 경우', '저성과자', '양반집 도련님', '월급쟁이' 등으로 당헌·당규에 규정돼 있지 않은 주관적 기준들을 '정성 평가' 요소로 거론하기도 했다.
하지만 윤 의원의 '막말'에 대해 부적격 심사에 포함시키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당내에서는 "이 위원장이 비박계에게 '공정성' 시비가 걸릴 빌미를 잡혔다"는 반응이 흘러나왔다.
김무성계, 유승민계 등 비박계와 친박계의 '논개'에게는 가차없던 컷오프 기준이 친박 핵심이나 진박(眞朴) 앞에서는 무뎌진다는 의혹을 자초하면서 이중잣대 등 불공정 논란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는 지적이다.
이 위원장은 당초 9일로 예정됐던 2차 공천 발표 일정을 잠정 연기했다. 윤 의원 발언 파문을 고려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 위원장의 묵살 모드가 먹혀들지는 미지수다. 공정성이 금이 간 상황이라면 컷오프 시도는 더 이상 공감을 얻기 힘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